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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부가 미디어전쟁에서 패배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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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알리레자 바라미 이란 ‘아스레 로우샨’ 편집장] 이란 반정부 시위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이란 정부는 국내외 이란 국민들, 팔레비 왕세자와 그의 지지자들, 그리고 BBC 페르시아와 이란 인터내셔널 등 이란 외부의 페르시아어 매체들과 맞서고 있다. 특히 국외 위성방송국들은 위성 수신기를 통해 관련 영상을 송출하면서 이란 시위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수일 전 이란 인터내셔널이 공개한 12분 분량의 영상도 큰 화제가 됐다. 해당 영상에는 시위로 사망한 젊은이들의 시신 속에서 자신의 아들을 찾는 한 남성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 영상이 나간 이후 대중의 감정이 요동치면서 긴장이 재차 고조됐다. 이란 국영방송국은 해당 영상의 진위를 문제 삼으며 진화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시위가 한달 여 지난 이 시점에서 돌아본다면, 이란 정부는 미디어 대결 구도에서 주도권을 내주며 완패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란 정부 입장에 본다면 홈그라운드에서 이스라엘의 모사드나 미국의 CIA와 같은 정보기관의 대리인에게 일격을 당한 셈이다. 이란 정부가 미디어 전쟁에서 패배한 이유는 무엇인가?

2025년 6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이란 국영방송국 <사진=AP/연합뉴스>

전문인력의 부재, 다양성·질적 저하로 이어져

이란의 유일한 방송국은 이란 국영방송국이다. 국영방송국이 방송을 독점하며 여러 채널을 운영하는 구조다. 민간이 채널을 개설할 법적인 근거도 없다. 때문에 이란의 방송 시스템은 정치권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국영방송을 장악한 근본주의자들은 직전의 시위가 벌어졌던 3년 전부터 유능한 인력을 내치고 그 빈자리를 그들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이들로 대체해왔다. 이란 국영방송국의 다양성과 질이 저하된 결정적인 이유다.

이란 국영 TV와 라디오 방송국의 연간 예산은 2억 3천만 달러(약 3,275억원)를 초과한다. 이란의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일반적인 언론사가 광고 및 기타 수익 등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는 것과 달리 이란의 국영방송국은 석유 판매 수익으로 예산을 충당하는 기형적인 구조로 운영된다.

이란 정부가 2009년 대통령 선거 관련 시위 직후 다수의 언론인을 해고하거나 체포한 것도 이란 언론의 질적 저하를 유발했다. 전문성을 갖춘 언론인들이 대거 실업자가 되면서 인력의 공백이 생긴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해외로 이주해 이란 국외의 페르시아어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검열의 고착화, 언론 고유의 역할은 그 누가…

방송국이 아닌 온·오프라인 매체를 살펴봐도 비관적이다. 이란 언론사들의 지나친 자기검열이 언론 고유의 역할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검열이 지속되면서 국민들이 언론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란 언론이 민감한 사안에 침묵하는 사이 이란 국외의 방송사들이 급부상했다. 이들은 터부시하던 주제들을 다루면서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베테랑 언론인들과 학자들은 현상의 심각성을 경고해 왔으나, 이란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놓지 않고 있다.

현재 이란에선 온라인 기반의 뉴스통신사가 여럿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정부의 지속적인 개입과 압박으로 통신사들이 크게 두 편으로 양분됐다. 한 편은 전문성과 지식이 부족하지만 정부와 연이 닿아 있는 이들이 운영하고 있다. 언론의 책무보다 자신의 지위를 우선시하는 부류다.

또다른 한 편은 경험은 많지만 언론의 책임을 외면하는 이들이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역시 자신의 지위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며, 이들의 존재 그 자체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책무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변명에 불과하다. 개혁을 외치던 인물 조차도 책임자의 위치에 오르게 되면 근본주의 성향으로 기울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어느 편이든 언론의 소명의식은 그리 개의치 않는다.

이처럼 이란 언론은 유능한 인력이 대거 유출되면서 경쟁력을 잃었고, 혹독한 자기검열로 국민의 신뢰마저 잃었다. 이란 정부가 400시간 이상 해외인터넷까지 차단했지만 국외 언론사와의 대결에서 처참하게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란 정부는 이란 국외의 페르시아어 언론사들이 이스라엘과 미국의 정보기관의 부속기관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서구권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비난한다. 반면 이란 정부의 언론 정책을 비판하는 이들은 정부(특히 근본주의 극단세력)가 전문 언론인을 대거 축출한 것이 더욱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한다. 이란이 핵 에너지 개발계획이 아니라 ‘미디어 에너지’를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상황이 나았을 것이란 자조 섞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

페르시아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는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

아시아엔 영어판: Why Did the Iranian Government Lose the Media War? – THE AsiaN

알리레자 바라미

이란 'Asre Rowshan' 편집인, 이란 ISNA 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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