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엔티안타임즈 “12년 전 실험이 지역 야구 지형 바꿨다” 대서특필
라오스의 유력 일간지 비엔티안 타임즈는 30일 라오스 국가대표 야구팀을 대서특필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야구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라오스에서, 국가대표팀이 동남아시아 야구의 ‘다크호스’로 성장한 과정을 집중 조명했다.
신문에 따르면 라오스 야구의 역사는 2013년 11월, 국가대표팀 감독이자 야구 개척자인 제성욱(Je Sung-uk)이 이 종목을 처음 라오스에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라오스 야구는 야구장과 훈련 시설, 선수, 장비, 지도자까지 모두 부족한 ‘5무(無)’ 상태였다. 설립자 자신도 엘리트 선수 출신이 아닌 일반인이었다.

첫 국제대회 성적은 냉혹했다. 라오스는 태국과의 경기에서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고, 10개 참가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스리랑카를 상대로 10점을 올리며 아직 걸음마 단계였던 팀의 잠재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라오스 야구가 좌절하지 않고 성장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 야구계의 지속적인 지원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이자 아시아 야구 발전에 헌신해온 이만수 전 감독의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이만수 감독은 단순한 단기 지원이나 상징적 방문에 그치지 않고, 수년간 라오스에 머물며 현장 중심의 지도를 이어갔다. 그는 제성욱 감독과 함께 훈련 환경을 점검하고 선수 육성과 팀 운영 전반을 체계화하는 데 힘을 보탰다. 기본기 훈련은 물론 경기 운영, 멘털 관리까지 직접 지도하며 라오스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특히 이만수 감독은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라오스 대표팀과 장기간 동행했다. 훈련과 실전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그는 “야구는 장비보다 사람”이라는 철학을 강조하며, 선수 한 명 한 명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이 같은 헌신은 라오스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대표팀 경쟁력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으로 평가된다.
비엔티안 타임즈는 ‘라오 J 브라더스(Lao J Brothers)’로 불리는 훈련 공동체가 라오스 야구 발전의 또 다른 축이었다고 전했다. 이 공동체는 선수들이 함께 생활하며 훈련하는 시스템으로, 규율과 인내, 상호 신뢰를 쌓는 토대가 됐다. 이만수 감독 역시 선수들과 일상을 공유하며 공동체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전환점은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이었다. 라오스는 싱가포르를 상대로 8-7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본선에 진출했다. 이 결과는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고, 라오스를 더 이상 ‘참가에 의미를 두는 팀’이 아닌 경쟁력 있는 팀으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후 동남아 각국은 라오스를 더 이상 약체로 보지 않게 됐다. 비엔티안 타임즈는 최근 SEA 게임에서 여러 나라가 이중국적 선수들을 대거 기용해 전력을 강화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싱가포르가 라오스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계 선수들을 영입한 사례는, 라오스 야구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소개됐다.

라오스 대표팀의 강점은 체격이나 힘이 아니라 공동체 정신과 일관된 훈련이다. 선수들 상당수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고 체구도 크지 않지만, 함께 생활하며 기술과 인내, 신뢰를 쌓아왔다. 이는 이만수 감독이 강조해온 ‘사람 중심 야구’의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라오스 야구의 성장 뒤에는 제도적 지원도 이어졌다. 한국 정부는 8년 넘게 코칭 스태프와 훈련 기회를 제공해 왔고, 라오스 교육체육부는 훈련장 부지 제공 등 인프라 구축을 지원했다. 제성욱 감독은 지난해 방콕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총회에 참석해 국제 협력을 확대했고, 이 과정에서 이만수 감독이 구축한 국제 네트워크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일본으로부터 프로 수준의 장비 지원도 확보됐다.
비엔티안 타임즈는 “정식 구장도, 공인 심판도, 충분한 장비도 없던 상황에서 출발한 라오스 야구가 이제 동남아 국가들이 철저히 대비해야 할 팀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작은 ‘날갯짓’으로 시작된 라오스 야구는 제성욱 감독의 개척 정신과 이만수 감독의 장기 헌신이 더해지며, 아시아 스포츠 지도 위에 분명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