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 교회의 그리스도인들, 그들은 정말 세상을 이겼을까요? 승리한 것은 로마였습니다.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사자 밥이 되었고, 화형당했습니다. 살아남은 이들은 어두운 지하 카타콤으로 숨어들었습니다. 숨어 사는 게 승리자의 삶인가요? 어떤 이들은 지하에서 평생 햇빛 한 번 제대로 쬐지 못하고 살다 죽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 지하 감옥에 무슨 승리가 있었겠습니까?
다들 부러워하는 직장에 취직을 하고, 불치병이 기적처럼 낫고, 도시가 복음화되어 교회의 영향력이 커질 때 우리는 하나님이 승리를 주셨다고 간증합니다. 또한 굳이 그런 고지론이나 기독교 엘리트주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좀 더 소박하게는 “예수님 닮은 성품과 겸손한 태도로 섬겼더니 직장에서 좋은 신앙인으로 인정받았다”고 간증할 수 있는 스토리를 승리의 표식이라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신앙을 이유로 한 성실함과 책임감은 도리어 세상의 좋은 먹잇감이 됩니다. 더 쉽게 이용당하고 착취당하는 것이 냉혹한 현실입니다.
과연 승리란 무엇일까요? 기독교 신앙은 ‘정신 승리’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요?
우리가 ‘세상을 이겼다’라고 말할 때의 그 승리의 기준, 그 프레임은 누가 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그건 세상이 만들어 놓은 채점 기준표일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은 여전히 세상의 권위 아래 놓여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처참하게 패배하는 순간은 예수 믿고 사업에 실패하고 하던 일이 안 될 때가 아닙니다. 크리스천이 세상의 질서와 논리를 뼛속까지 받아들여 세상이 짜놓은 채점표 기준으로 1등을 했을 때입니다. 그 승리는 가장 화려한 패배입니다. 육신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을 완벽하게 성취해 놓고 ‘세상을 이겼다’고 착각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정신 승리’이자 자기기만 아닐까요?
세상 전체에는 거대한 중력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중력은 돈, 명예, 성공, 인정이라는 질량에 무게를 부여하고 우리의 영혼을 끊임없이 자기 중심으로 끌어당깁니다. 이 중력에 순응하여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나는 날고 있다”고 외치는 것은 승리가 아닙니다. 진짜 승리는 이 거대한 세상의 중력을 거슬러 전혀 방향이 다른 은총의 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