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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옥철의 수학산책] 미적분 ‘수학의 혁명’

미적분(微積分)은 사물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해석하는 수학 이론으로, 기술적으로는 큰 문제를 작은 문제들로 쪼개서 분석한다. 미적분학 이전의 수학이 주로 변하지 않는 정적(靜的) 세계를 다루었다면, 미적분은 변하는 동적(動的) 현상을 다루는 학문이다. 

미적분의 창시로 수학은 이제 중력 등 여러 요인으로 변화하는 현실 세계를 다룰 수 있게 되었고, 이후 서양 과학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였다. 미적분을 두고 자연을 읽는 언어라고 부르거나 인쇄술이나 바퀴의 발명만큼 극적이고 혁명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하는 이유다.

변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지름이 r인 원의 면적을 계산하는 공식을 미분을 사용하여 증명해 보자. 원을 4조각 내어 위아래로 서로 어긋나게 붙이면 평행사변형 비슷한 도형이 된다. 이를 8조각, 12조각, 16조각으로 그 수를 키우면 이 평행사변형은 점차 직사각형의 모습에 가까워진다. 조각 수를 무한대로 키운다고 가정하면, 세로는 반지름 r에 수렴하고, 가로는 원둘레의 반 즉 πr에 수렴하는 직사각형이 된다. 따라서 그 사각형의 면적은 πr²이 되고 이것이 바로 원의 면적이다.     

이처럼 미적분은 어떤 상태를 무한에 가까울 만큼 작게 쪼개어 해석함으로써 해답을 구하는 것이다. 특히 속도가 변하는 물체에 대한 어느 지점에서의 속도의 변화(가속도)와 그때까지의 이동 거리를 구하는 것이 대표적인 활용 예이다. 

시간(𝒕)과 속도(𝒗)의 곡선 그래프에서 가속도(𝒂)는 그 지점에서의 선 기울기인데, 간격(Δ𝒕)을 줄이면 줄일수록 정확한 기울기(Δ𝒗/Δ𝒕)가 나오는 것이 그 원리이다. 

적분(積分)도 잘게 쪼개는 것은 같지만 얻어지는 값을 모아서 합산하는 점이 다르다. 속도가 변하고 있는 물체의 이동 거리를 계산할 때 곡선 그래프 아래에 있는 부분을 폭이 무한히 좁은 직사각형(Δ𝒕 x 𝒗)으로 나누어 면적을 계산하고 이를 적산하면 그때까지의 이동 거리가 나온다.

변화하는 것을 해석하는 미적분은 물리학뿐 아니라 아래 열거한 여러 분야의 현상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내는 데 쓰이고 있다.

공학: 자동차공학, 열역학, 제어 시스템, 전기공학 등에서의 설계 최적화
천문학: 우주 비행 계획 및 궤도 계산
경제학: 투자 분석, 가격 결정, 생산 최적화, 시장 예측 등 
기업의 재무 전략 수립. 의학 및 생물학: 인구 증가 분석, 의료 영상 처리, 약물투여량 조절 등
환경: 기후 변화, 생태계 동역학, 오염물질 확산 등 환경 문제 분석과 예측
컴퓨터 과학: 검색 엔진, 이미지 인식, 기계 학습, 신호 처리 등.

라이프니츠와 뉴턴(오른쪽)

영국의 뉴턴(1643~1727)과 독일(신성로마제국)의 라이프니츠(1646~1716)는 미분적분학을 누가 먼저 창시했는지를 놓고 수십 년간 치열한 표절 공방을 벌였다. 뉴턴은 1666년 미적분 개념을 두 권의 책으로 정리했지만, 출판사를 찾지 못했다. 출판사들이 경영난을 겪어 출판하기가 어려울 때였다. 

한편 우연히 수학에 빠져든 법학도 라이프니츠는 곡선 아래의 면적을 구하려다 미적분을 발견하였다. 1686년 라이프니츠가 독일의 학술지에 지금도 사용하는 적분 기호(∫ 등)를 포함하여 미적분 개념을 발표했다. 

뉴턴은 라이프니츠가 자신의 저작을 훔쳤다고 주장하면서 분쟁이 시작되었다. 런던의 출판업자가 뉴턴의 미출간 자료 일부를 라이프니츠에게 보내주었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누가 학술지에 먼저 발표했느냐로 판단하겠지만, 당시는 그런 관행이 아직 확립되기 전이었다. 

이 싸움에는 영국과 독일에서 많은 학자가 동참하였고, 분쟁은 점점 험악해져 갔다. 영국을 대표하는 뉴턴과 유럽 대륙을 대표하는 라이프니츠의 역사상 유례없는 저작권 논쟁은 두 천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영국 수학계와 유럽 대륙의 수학계를 단절시켰다. 

두 사람은 죽을 때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지만, 지금은 두 사람이 독자적으로 미적분을 발명한 것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어느 학문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수학은 마치 진리라는 금맥을 캐는 길고도 험난한 여정이다. 여러 사람이 경쟁하지만, 영광을 차지하는 것은 먼저 발표하는 한 사람(팀)이다. 

수학의 역사에는 거의 동시에 진리를 찾고도 한 걸음 늦어 영광을 놓친 사람이 많다. 결승선에 먼저 도착한 사람뿐 아니라 그때까지 함께 뛴 2등, 3등의 공로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만약 내가 남들보다 더 멀리 보았다면, 그것은 거인들의 어깨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뉴턴의 말에서 ‘거인들’에는 유클리드나 아르키메데스 등 역사에 이름을 남긴 수학자들뿐 아니라 이름 없이 사라진 사람들의 공로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편집국

The AsiaN 편집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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