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 9월 18일,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실험실에서 발생한 불의의 폭발 사고로 나는 세 명의 소중한 동료를 잃었다. 사고 이후 안타깝게 생을 달리한 이들을 위한 추모비가 사고 장소 인근에 세워졌고 나는 동료들을 대표해 이 추모비에 짧은 추모의 글을 남겼다.
5년 전쯤 두 자녀를 데리고 모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모교 여기저기를 아이들과 함께 둘러본 후 자연스럽게 나의 마지막 발길은 추모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삶이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와 보지 못해 미안했고 그들을 잊어버리고 살아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추모비에 새겨진 아빠 이름이 신기했던지 어린아이들은 내게 많은 질문을 했고, 나는 그날의 아픔 기억을 더듬으며 그 질문에 답을 해주어야 했다. 아이들에게 답을 해주면서도 그날의 사고는 여전히 나에게 풀지 못한 숙제처럼 답답함으로, 한편으로는 먹먹함으로 다가왔다.
그 비극적인 사고는 열악한 실험환경과 부족한 안전관리 의식에서 비롯됐다. 젊은 열정으로 가득했던 우리는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했고, 실험실 안전관리 시스템은 너무나도 허술했다. 이 사고는 과학계 전체에 실험실 안전의 중요성을 일깨웠고 사고 이후 정부와 학계는 실험실 안전을 대폭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대학과 연구소에서 화재, 폭발, 화학물질 누출 사고 등 크고 작은 실험실 사고를 언론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이러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과학자들이 마음 놓고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을 만큼 실험실이 안전해졌는지는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
나는 1999년 사고로 희생된 동료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실험실 안전에 대해 정부와 학계가 항상 관심을 가지고,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적 개선을 지속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누군가의 안타까운 희생을 대가로 뒤늦게 얻은 교훈을 관련 제도 개선에 반영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새로운 도전을 위해 불철주야 연구에 몰두 중인 선후배 과학자들이 안전한 실험실에서 마음껏 그들의 열정을 키워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이것이 26년 전 희생된 내 동료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바일 것이다.(서울대총동창신문 9월호 옮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