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광주공항 이전에 대해 세 가지 큰 기대를 가졌었다. 동남아 전용공항, 물류 전용공항, 그리고 항공기 정비(MRO) 전용공항의 최적지라 보았기 때문이다. 또 공항이 이전하면 인근에 250만 평의 평지가 확보돼 광주 도심 상무지구에서 불과 차로 5분 거리에 새로운 발전 거점이 생길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19년째 이전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군공항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정예 조종사들이 마지막 훈련을 마치고 빨간 마후라를 매는 전투비행장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전투기가 뜨고 내리며 발생하는 소음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송정리 주민을 비롯해 전국의 군 비행장 근처에 살며 고초를 겪은 이들의 삶이 이해된다.
총소리, 포소리, 전차 소리와 함께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재산권 행사조차 못했던 이들의 희생이 있었다. 분단국가의 국민으로서 운명이라 여기고 살아온 이들에게 감사와 미안함을 새삼 느낀다. 하지만 광주 군공항 이전 지연은 민간공항 확장 계획까지 발목을 잡고 있다. 그 결과 동남아·중국 항공 네트워크 경쟁에서 밀려 제3 허브가 될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 이미 일본 규슈, 중국 청두, 대만 타오위안은 동남아 전용 거점을 확보했다. RE100 기업과 글로벌 식품기업들이 부산, 인천, 제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아시아 MRO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은 이미 거점을 구축했다. 한국은 여전히 인천·김해 중심으로 운영하며 해외 의존이 지속된다. 공항 이전 지연은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다. 국가 항공·물류산업, 균형발전 전략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심각한 사안이다. 결단하지 않으면 기회는 주변국과 타 지역이 선점한다. 호남 발전과 국가 균형발전의 동력을 되살리려면 국제공항, 동남아 전용공항, 물류 전용공항, MRO 전용공항 중 하나라도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
전남 서부권은 지리적으로 광주·전남·전북 어디에서나 접근성이 높다. KTX 정차 예정지이고, 호남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도 연계된다. 군공항 이전과 연계할 경우 활주로와 부지 확장 조건도 좋다. 인구밀도가 낮아 소음·환경 갈등 해결도 용이하다. 중국·동남아 주요 도시는 직선거리 3~4시간대이고, 인천·김해의 포화 시 대체·보완 기능도 가능하다. 인천·김해가 미주·유럽 중심이라면 전남은 동남아 전용 노선 허브로 특화할 수 있다. 동남아 관광객 유치와 한국인 해외 관광 송출 모두 손색이 없다. 저비용항공사 전용 터미널 설치도 가능하다.
전남 서부권에 물류 전용공항이 들어서면 광주·전남 농수산물 수출 거점이 된다. 김, 전복, 딸기, 파프리카 같은 신선식품 특화 물류 허브로서 당일 수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여수·광양·목포항과 연계한 항만·공항 복합물류 클러스터도 가능하다. 글로벌 MRO 시장은 연간 100조 원 이상, 아시아 성장률은 최고다. 전남 서부권은 군공항 이전 시 대규모 격납고·활주로 확보가 가능하고, 항공정비 인력 양성 대학도 많다. 국책사업으로 지정해 외국계 MRO 기업을 유치하고, 드론과 UAM 정비까지 확장하면 미래형 항공산업 거점이 될 수 있다. 직접·간접 고용 효과는 1만 명 이상이다.
따라서 전남 서부 공항을 동남아 특화·물류·MRO 3중 거점 공항으로 국가정책에 명시하고, 광주 군공항 이전과 패키지로 추진해야 한다. 호남권 대학과 연계한 인재양성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정치의 부재다. 선거 때마다 공약은 반복됐지만 실행력은 없었다. 지자체 간 소모전만 거듭되며 전략적 비전은 사라졌다. 결국 호남 스스로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중앙정부 의존적이라는 인식을 낳았다.
공항 이전 지연은 단순한 인프라 문제가 아니다. 광주의 도시 경쟁력과 전남 서부권의 생존을 좌우하는 국가적 사안이다. 20년 가까이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호남 정치권과 자치단체의 무능이 지역의 기회를 날려버리고 있다. 더 늦으면 광주는 국제도시로 성장할 기회를 잃고, 전남 서부권은 소멸 위기에 놓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