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주에는 마한시대 유적이 많다. 배는 진상품이었고, 홍어의 거리로도 유명하다. 인재의 산실이자 광활한 나주평야는 과거 조선의 밥상이었다. 지금은 영산강변에 국가정원이 조성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중동 산유국 협의체에서 원유 가격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경제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에너지 식민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태양열과 바람을 통제하는 기술과 인재를 가진 나라가 에너지 강국이 된다. 나주는 세계 유일의 에너지 대학이 있고, 우리나라 에너지 총괄 지휘소가 있다. 나주가 에너지 중심도시, 즉 에너지 수도인 이유다.
나주는 단순히 혁신도시와 한전 이전으로 주목받은 도시가 아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호남의 중심으로 삼은 도시이며, 전라도라는 이름도 나주와 전주에서 따올 만큼 상징적인 도시다. 과거에는 천년 행정 중심지로서 영산강 수운을 중심으로 한 물류·경제 수도였고, 현재는 미래 에너지 중심의 전력망과 신재생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수도로 전환이 가능한 지역이다.
할 수 있는 일들은 태산이다. 영산강을 친환경 수소·에너지 테마파크로 개발해 역사적 수운(물길)과 현대적 수소경제(에너지 물길)를 상징화할 수 있다. 영산강 에너지 페스티벌을 개최해 문화와 에너지를 융합한 글로벌 이벤트도 가능하다. 나주는 전남 내륙의 중심부에 위치해 광주, 목포, 함평, 화순, 영암 등 주요 도시와 인접해 있고, 호남고속철도(KTX)와 혁신도시 지정으로 인해 교통·행정·산업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켄텍과 한전, 그리고 산하기관을 기반으로 대한민국 에너지 수도, 나아가 글로벌 에너지 지휘소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도 충분하다. 나주를 에너지 산업 중심의 세계적 도시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해야 한다. 한전과 켄텍에 글로벌 기업(GE, 지멘스, 테슬라 에너지, 쉘 등)의 연구소를 유치해야 한다. K-Energy Campus에는 에너지 AI, 스마트그리드, 재생에너지 실증단지를 집약해 국제적 연구벨트로 육성해야 한다. 또한 국제 학위 과정과 공동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석학과 학생들이 나주에 장기 체류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RE100 산업단지를 조성해 나주 혁신도시 및 주변 산업단지를 100%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공급한다면 글로벌 기업 투자 유치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수소·전력망 산업화를 통해 광양(수소), 영광(원전·양수발전), 신안(해상풍력)과 연결하는 호남 에너지 메가존도 가능하다. 한전이 보유한 전력 빅데이터를 개방해 스타트업과 글로벌 기업의 테스트베드로 제공할 수도 있다.
매년 나주에서 세계 에너지 정상회의(K-Energy Summit)를 IEA, IRENA 등과 공동 주최해 개최하면, 나주는 국제 에너지 협약·표준화 논의의 무대가 될 수 있다. 한국이 기술과 정책 표준을 선도하기 위해 나주를 국제 에너지 외교의 플랫폼으로 지정받는 것도 필요하다. 주민 참여형 발전소 모델을 통해 태양광·풍력·수소 프로젝트 지분을 주민이 보유하게 하고, 이익 배당으로 지역민 소득을 늘리는 구상도 실현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와 연계해 나주 혁신도시를 에너지 자립 스마트시티로 전환하고, 교통·주택·산업 전력까지 100% 스마트 관리하는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여기에 에너지 관광 산업, 체험형 캠퍼스, 세계적 박람회(“에너지 엑스포”)를 개최해 나주를 전 세계인이 찾는 에너지 도시로 만들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에너지 글로벌 시티 특별법 제정이다. 이를 통해 나주를 대한민국 에너지 수도로 공식 지정해야 한다. 한국이 세계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의 리더로 도약하는 동시에, 나주가 지방도시에서 세계 에너지 수도로 성장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수십만 명의 에너지·AI·신재생 분야 일자리를 창출하고, 글로벌 에너지 협력의 플랫폼이자 한국 소프트파워 확장의 거점이 될 수 있다.
지역 정치인들이 머슴으로서 자기 소임만 다한다면, 단기에는 제도와 기반을 조성하고, 중기에는 산업과 국제화를 확산하며, 장기에는 세계적 에너지 수도로 도약하는 단계별 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 나주는 10년 안에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에너지 중심도시가 될 수 있다. 호남 정치의 선택권 회복, 경쟁권 회복, 주인권 회복, 그것이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