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문화교육

[임영상의 글로컬 뷰] 전쟁 속 교류와 연대: 우크라이나 키이우대와 원광대, 그리고 고려인

키이우국립대 김석원‧여미경 교수의 ‘우크라이나의 창(평화와 전쟁)’
[아시아엔=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지난 6월, 우크라이나 키이우국립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김석원 교수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우크라이나의 창』 출판 계약을 마치고 초고를 넘겼는데, 필자와 권기창 전 우크라이나 대사에게 추천사를 부탁드린다는 내용이었다. 2001년 6월 키이우와 크림 지역의 고려인 밀집 지역(장코이, 미콜라이우)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하리키우, 리비우, 오뎃사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김석원 교수의 도움을 받았던 터라 기꺼이 수락했다. 게다가 <인천일보>에 연재한 칼럼만도 100편이 넘는 그였다. 아래는 필자가 쓴 추천사 일부다.

2016년 10월 학술행사 후 학교를 떠나기 전 필자가 찍은 키이우국립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강사 사진. 왼쪽 뒷줄 세 번째 남성이 이번 전쟁에서 전사한 데니스 선생이고, 앞줄 가운데 가방을 든 한국인이 김석원 교수다.

“김석원 교수가 연재한 ‘우크라이나의 창’을 읽다가 ‘우크라이나와 원광대학교’(2025.6.12)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2016년 10월 키이우대학 학술행사에서 만난 원광대 연수 경험이 있는 한국어문학과 4학년 김호수(히나예바 올랴) 학생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또 그날 학술행사 전에 열린 위키 교육에서 만난 강사 데니스(Denys Antipov)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데니스를 추모하며’(2022.5.26)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내가 찍은 사진 속 데니스를 보며 그의 명복을 빌었다. 김석원 교수의 『우크라이나의 창(평화와 전쟁)』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나라 사랑과 헌신, 전쟁 중에도 평화를 갈망하며 일상을 지켜낸 삶의 기록이다. (중략) 고려인 연구로 구소련 여러 나라를 방문하며 우크라이나 고려인사회가 개최한 한민족 문화축제 ‘까레야다(Koreyada)’를 여러 차례 접했다. 다시 고려인들이 손에 손을 잡고 춤추고 노래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우크라이나 키이우대학교와 한국의 원광대학교, 그리고 고려인

지난 7월 초, 원광대 국제교류처장 강연석 교수와 대화를 나누던 중, 키이우대학에서 만난 원광대 연수 경험 학생 이야기를 꺼냈다. 며칠 뒤 강 교수는 우크라이나 학생 3명과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우크라이나 국기 앞에서 원광대 박성태 총장이 개발한 두 손가락으로 O(원), 세 손가락으로 빛 발산(광), 즉 圓光을 표시하는 왼쪽부터 마슬륙 이리나 학생, 강연석 교수, 그렘비스카 소피아와 후락 나스자 학생 <사진 원광대>

“이번 학기 우크라이나 학생 3명이 교환학생으로 다녀갔습니다. 전쟁의 땅으로 돌려보내려니 마음이 아픕니다. 학생들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선물로 주어 사무실 벽에 붙이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전쟁이 끝나면 내리겠다고 했습니다. 김석원 교수님을 다음 학기 교환교수로 모시고 싶은데 아직 결정을 못 하신 듯합니다.”

원광대는 김석원 교수에게 교양강의와 러시아어권 학생(주로 우즈베키스탄 유학생) 대상 한국어 강의를 부탁할 예정이었다. 필자 역시 김 교수에게 “키이우대학 수업은 줌(ZOOM)으로 진행하고, 방학에는 우크라이나를 다녀올 수 있지 않겠느냐. 교환교수로 1년 마음 편히 지내며 익산의 고려인 동포들도 만나달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제가 과를 열어 28년 동안 가르치며 키워온 학생들이 있습니다. 학사·석사·박사 과정에만 150명이 넘는데, 이 학생들이 눈에 밟혀 선뜻 답을 못 하겠습니다”라는 답장을 보내왔다. 결국 김석원 교수는 원광대 교환교수 기회를 포기했다.

마침 필자는 2000년 한국외대가 주관한 ‘CIS 고려인 한국어교사 한국문화 연수’에서 처음 만난 뒤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연구를 함께한 황나제즈다 씨가 떠올랐다. 7월에 한국에 들어와 정착할 예정이라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그는 최근까지 타슈켄트 동방대 한국어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우즈베키스탄 유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이들의 학사 관리와 상담에도 적임자라고 생각해 강연석 교수에게 추천했다. 원광대는 9월 학기 시간표가 이미 확정된 상황이라 우선 황나제즈다 씨를 유학생 관리·상담을 맡는 ‘교수’로 기용하기로 했다.

원광대는 2024년 8월 ‘글로컬대학 30’ 사업에 선정되었다. ‘건강하게 살고(의생명), 안전하게 먹고(농생명), 행복하게 누리는(생명서비스)’를 주제로 생명산업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박성태 총장은 지난 6월 25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농업혁신연구대학교 총장단 접견 자리에서 “귀 대학에 고려인이 근무합니까?”라고 물을 정도로 고려인 사랑이 깊다. 필자는 지난 1월, 원광대가 CIS 국가 유학생을 유치할 때 고려인글로벌네트워크(이사장 채예진)를 소개해 국내외 고려인 학생 유치에 협력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또한 원광보건대학교는 지난 8월 25일 법무부·보건복지부 합동으로 시행하는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24개 대학)에 선정되었다. 2년간의 시범사업 기간(2026~2027년) 동안 외국인 유학생 전담 학과를 통해 요양보호사 학위과정을 운영하며, 한국어 교육을 포함한 체계적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CIS 국가 고려인 학생뿐 아니라 국내 거주 고려인 및 중도입국 청소년이 이 과정을 통해 익산에서 정착하고 취업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고려인글로벌네트워크와 황나제즈다 교수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임영상

한국외대 명예교수, 아시아발전재단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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