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 환자의 약 27%는 ‘경도인지장애(輕度認知障礙)’ 단계에서 진단된다. 이 시점이 치매 예방의 ‘골든타임’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따라서 치매 치료의 핵심은 본격적인 치매로 진행되기 전, 경도인지장애(MCI: mild cognitive impairment) 단계에서 조기 진단과 예방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 단계는 기억력이나 기타 인지 기능의 저하가 객관적인 검사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되는 상태를 말한다.
경도인지장애는 흔히 치매 전 단계로 알려져 있다. 정상인보다 치매로 진행될 위험이 높지만,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자의 약 20%가 이 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로의 진행률은 정상인의 경우 연간 12% 수준이지만,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경우 1015%에 달한다.
치매는 크게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로 나뉜다. 혈관성 치매는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유형으로, 인지 기능 저하가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인지 저하의 유형에 따라 ‘기억상실형(MCI-A)’과 ‘비기억상실형(MCI-NA)’으로 분류된다. 기억상실형은 대부분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되며, 비기억상실형은 혈관성 치매 등 다른 신경 병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증상으로는 기억력 저하 또는 다른 인지 기능 저하가 느껴질 수 있으며, 혼자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도구를 사용하는 복잡한 일에는 어려움을 겪는다. 성격 변화로 짜증이나 불안이 잦아지거나, 감정 표현이 무뎌지는 모습도 나타난다.
다음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중 3개 이상 해당된다면 전문가와 상담하고, ‘치매안심센터’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 약속을 잊거나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 최근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 익숙한 장소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다.
△ 말할 때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대화가 끊긴다.
△ 날짜, 요일, 시간 감각이 흐려진다.
△ 지갑이나 물건을 자주 잃어버린다.
△ 금전 관리나 간단한 계산이 어렵다.
△ 요리, 청소, 장보기 등 일상 활동이 버겁다.
△ 성격 변화나 감정 조절의 어려움이 있다.
△ 의욕이 떨어지고 무기력하다.
치료는 주로 알츠하이머병의 전구 단계로 간주되는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콜린에스터레이즈 억제제, NMDA 수용체 길항제 등 약물을 사용한다. 아울러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등 뇌를 자극하는 활동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일기 쓰기, 신문 읽기, 외국어 학습, 악기 연주, 봉사활동, 주민센터 프로그램 참여 등도 권장된다.
규칙적인 운동은 치매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주 3회 이상 운동하는 사람은 치매 발병 위험이 약 30% 낮아진다. 중앙치매센터가 권장하는 ‘치매 예방 수칙 3·3·3’은 다음과 같다.
1. 3권(즐길 것)
△ 운동: 일주일에 3번 이상 걷기
△ 식사: 생선과 채소를 골고루 섭취
△ 독서: 꾸준히 읽고 쓰기
2. 3금(참을 것)
△ 금연: 담배 피우지 않기
△ 절주: 한 번에 3잔 이하 음주
△ 뇌 손상 예방: 머리를 다치지 않도록 주의
3. 3행(챙길 것)
△ 건강검진: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정기 체크
△ 조기발견: 매년 보건소에서 치매 검진
△ 소통: 가족과 친구를 자주 만나기
일본 쇼와대학교 의학과 가토 도시노리 교수는 “작은 일상의 변화가 뇌 건강을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뇌를 늙게 만드는 습관으로 △ 휴일을 잠으로만 보내는 습관 △ 스마트폰을 침실에 들고 가는 습관 △ 불규칙한 식사 △ 과식과 과음 △ 입을 벌린 호흡 등을 지적한다.
미국의 살바토레 나폴리 박사(뉴잉글랜드 신경학센터)는 뇌 건강에 해로운 요소로 △ 흡연 △ 운동 부족 △ 스트레스 관리를 들고 있다.
흡연은 니코틴으로 인해 혈관을 수축시키고 뇌혈류를 저해하여 뇌세포 손상을 유발한다. 담배 연기에는 60여 종의 발암물질과 수천 가지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운동 부족 또한 뇌 건강의 큰 위협 요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주당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 또는 75분 이상의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권장하며, 주 2회 이상 근력운동을 병행할 것을 권하고 있다. 스트레스는 기억력과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해마를 위축시킬 수 있다. 예일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만성 스트레스는 인지기능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러운 뇌의 노화 현상이 나타나지만, 잘못된 생활습관은 그 진행을 앞당긴다. 치매 예방 수칙 ‘3·3·3’을 생활화하고,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작은 실천을 지속해야 한다. 치매는 가족 모두에게 고통을 주는 질병이므로, 일상 속의 사소한 변화가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열쇠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