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람

[루소 고백록④] 바랑 부인과의 복합적인 사랑과 내면의 고백

프랑수아즈-루이즈 드 바랑

장자크 루소(1712~1778)의 <고백록>은 서구 근대 자서전 문학의 출발점이자, 인간 내면에 대한 가장 용기 있는 탐구의 기록입니다. 루소는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고백하며, 부끄러움조차 숨기지 않고 진실을 드러냅니다. <아시아엔>은 루소의 원전을 바탕으로 그의 유년기부터 철학자로서의 성숙, 글쓰기를 통한 구원, 그리고 고립과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10회로 나누어 싣습니다. 연재를 통해 우리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넘어 ‘나는 고백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한 인간의 선언을 마주하게 됩니다. <편집자>

루소의 청년기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프랑수아즈-루이즈 드 바랑(Françoise-Louise de Warens) 부인이다. 그는 1728년 바랑 부인을 처음 만났고, 그 만남은 루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었다. 바랑 부인은 그에게 어머니이자 연인, 후원자이자 교사, 신앙의 조언자이자 도덕의 시험대였다. 그녀와의 관계는 일종의 ‘심리적 중독’에 가까운 집착으로 발전했고, 루소는 이 복잡한 감정을 고백록에서 길고 자세하게 기술한다.

처음 바랑 부인을 만난 루소는 그녀를 ‘엄마(Maman)’라 불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호칭은 ‘연인’의 의미를 함께 품게 된다. 루소는 바랑 부인과의 육체관계가 주는 감정의 혼란을 회피하지 않았다. 그는 이를 일종의 근친상간적 충격으로 느꼈으며, 죄책감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했다. 그럼에도 그는 그녀에게서 멀어질 수 없었고, 오히려 더욱 의존하게 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바랑 부인을 사랑했지만, 동시에 그녀를 경외했고, 그녀의 시선 하나에 나의 존재 전체가 좌우되었다.”

루소는 자신의 이러한 복합적 감정을 철저히 분석하려 든다. 그는 그녀를 위해 자신을 ‘쁘띠(Petit)’라는 아이로 상상하고, 그녀 앞에서는 유순하고 의존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는 6개월 동안 한 번도 외출하지 않은 채 그녀 곁에서만 지내며, 그 시기를 “내 생애에서 가장 조용하고 행복했던 시절”로 기억했다.

이 시기의 루소는 음악과 그림에 몰두한다. 그는 바랑 부인과 함께 음악을 배우며 그녀와의 접촉을 정당화했고, 그녀가 약초학에 빠지자 약맛을 보는 일을 자처했다. 그는 “바랑 부인이 약을 묻힌 손가락을 내 입 가까이 가져오면, 나는 도저히 입을 다물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사랑과 종속이 결합된 이 관계는 루소에게 어떤 ‘거역할 수 없는 유년’의 공간이었다.

그는 또한 종교적 고민도 이 시기에 깊어졌다.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그는 신앙의 근본적 진정성을 고민했고, 바랑 부인을 통해 신앙의 감성적 측면을 배웠다. 그녀는 지옥은 믿지 않지만 연옥은 믿는다는 독특한 신관을 가졌고, 루소는 이를 통해 “사람은 자신을 닮은 신을 만든다”는 통찰에 도달한다.

그러나 루소는 바랑 부인과의 관계에 점점 피로를 느낀다. 그는 “사랑스러운 친구는 있었지만, 애인은 없었다”고 쓰며, 그녀와의 관계가 부드럽고 존경스럽긴 하지만 더 이상 그에게 열정을 주지 못한다고 느낀다. 그는 상상의 연인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중생활의 감정적 허기를 메우려 애썼다.

이 시기의 루소는 지적 욕망과 감정의 방황 사이에서 좌우된다. 그는 그림을 시작하지만 금세 흥미를 잃고, 글쓰기에 몰입하다가도 곧 산만함에 빠진다. 자신을 ‘집착이 심한 성격’으로 진단하며, 한 번 몰입하면 모든 것을 거기에 쏟아붓는 경향이 있다고 고백한다. 이는 평생 지속된 그의 성향이기도 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은 한층 깊어졌다. 그는 자신이 음악을 위해 태어났다고 믿었지만, 정작 악보를 제대로 읽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음악은 바랑 부인과의 연결고리로서 큰 의미를 지녔다. 그는 음악을 가르치는 일을 통해 상류층 여성들과 교류하게 되었고, 자신이 가진 약간의 재능으로 ‘장님 나라에서 애꾸눈 왕’처럼 여겨졌다고 회고한다.

결국 그는 바랑 부인과의 관계가 정체되어 있음을 자각하고, 외부 세계로 나아갈 욕망을 품는다. 하지만 그 욕망은 곧 우울과 슬픔으로 이어졌다. 그는 “사랑스럽고 존경받을 만한 친구가 있었지만, 나는 애인을 원했고, 그 욕망 때문에 괴로웠다”고 토로했다. 이 무렵 그는 우울감에 빠져 무기력해지고, 점점 혼자만의 세계에 갇히게 된다.

그러면서도 루소는 바랑 부인을 향한 사랑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는 그녀가 자신에게 베푼 애정과 보호를 진심으로 감사했고, “당신은 내 존재 전체를 지탱한 사람”이라고 고백한다. 그는 한적한 시골집에 머물며 “과일을 따고, 산책하고, 책을 읽으며” 보낸 일상을 “나의 전 생애 중 가장 순수한 행복”으로 기억한다. 그곳에서 그는 “행복이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머무는 것”이라는 철학을 다듬는다.

이렇게 루소는 바랑 부인과의 긴 동거 끝에, 한 사람을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그 사랑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모순된 인간의 본성을 예리하게 들여다본다. 그는 자기 고백을 통해 자신을 속이지 않으려 애쓰며, 독자에게도 자신의 내면 풍경을 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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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석

'조국 근대화의 주역들' 저자, 傳奇叟(이야기꾼), '국민일보' 논설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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