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인에게 필요한 자질은 단지 정책 역량이나 연설 능력에 그치지 않는다. 국제사회에서 지도자로서 신뢰를 얻고 존중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글로벌 에티켓을 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프랑스에서 오래 거주한 지인과 출판사 동문선 대표에게 들은 일화를 통해 한국 정치인들이 간과하고 있는 점을 깊이 깨달은 바 있다.
가장 기본적인 예는 회담 자리에서 상대방과 눈을 맞추는 일이다. 엘리자베스 여왕이나 각국 정상들은 의자를 반쯤 돌려 상대방의 눈을 응시하며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우리 정치인들은 여전히 카메라를 보거나 정면만 응시하는 경우가 많다. 악수를 나눌 때도 손이 아닌 상대의 눈을 바라보아야 하고, 건배를 할 때 역시 잔이 아닌 상대를 향해 웃으며 마주하는 것이 국제적인 예의다.
특히 어린이나 장애인, 혹은 앉아 있는 사람들과 인사할 때는 무릎을 꿇어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글로벌 기준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남녀를 불문하고 허리를 뒤로 젖히며 손을 내미는 불편한 장면을 자주 목격한다. 이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참배나 사열 같은 공식 행사에서도 개선할 부분이 많다. 선진국 지도자들은 참배를 혼자 조용히, 고개만 살짝 숙이며 경건하게 진행한다. 반면 우리는 여전히 지나치게 많은 수행원이 좌우에 동행하고, 고개를 과도하게 숙이며 형식적인 모습을 연출하곤 한다. 사열 시에는 고개를 살짝 돌려 병사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걷는 것이 보다 따뜻한 태도다.
기념식수도 단순한 퍼포먼스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선진국에서는 작은 묘목을 함께 심으며 정성껏 가꾸겠다는 공동의 약속을 담는다. 그러나 우리는 경쟁적으로 크고 눈에 띄는 나무를 심는 데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는 문화이며, 문화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에서 시작된다. 정치 지망생이라면 국가를 대표할 지도자가 되기 이전에 세계인 앞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품격과 태도를 먼저 갖추어야 한다. 거창한 외교술보다 앞서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