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방위산업의 날 행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주목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8일 오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1회 방위산업의 날 토론회’에 참석해 “방위산업은 단지 안보를 위한 산업이 아니라 국민의 먹거리 산업이기도 하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방산 수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1592년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이 처음 실전에 투입된 7월 8일을 기념해 제정된 ‘방위산업의 날’을 맞아 처음으로 열린 공식 행사였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지금까지는 내수 위주로 성장했지만 이제 우리 방위산업이 세계적으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며 “방위산업이 대한민국 안보를 지키는 것에 더해 미래 성장산업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산은 국민의 안전과 민생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지탱하는 산업”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어 “안보 환경의 급변에 대응해 우리 K방산 제품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AI, 무인로봇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고도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방산이 소수 대기업 중심이라는 지적이 있는 만큼,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더 많은 기업과 인력이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도 “방위산업은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국방력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재 양성, R&D 투자, 해외시장 개척 등을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며 “방산 4대 강국 실현을 위한 컨트롤타워 신설과 ‘방산수출 진흥전략회의’ 정례화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하면, 그는 K방산의 개념을 ‘민생과 안보를 아우르는 미래 핵심산업’으로 정립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우선 방위산업을 단순한 무기 생산이 아닌 주요 수출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고, 첨단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제품 경쟁력 제고를 강조했다. 방산 4대 강국 목표를 향한 정책적 뒷받침과 인프라 구축 의지도 뚜렷하다.
이러한 구상이 단발성 발언에 그치지 않고, 정책으로 실현되기 위해선 대통령 본인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피드백을 반영하는 ‘관리형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K2 전차, 방산 수출 새 이정표… 폴란드와 2차 계약 성사
방위사업청과 폴란드 정부는 지난 2일 현대로템이 생산하는 K2 전차의 2차 수출 계약 협상이 완료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180대 수출에 약 67억 달러(약 9조 원) 규모로 알려졌다. 이는 단일 계약 기준으로 K방산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방력 강화를 위해 K방산과의 협력을 선택했다. 그해 7월 K2 전차 180대를 도입한 데 이어, 이번에 동일 수량을 추가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특히 2차 계약은 금액이 1차 때보다 약 두 배 가까이 늘어, K방산의 경쟁력이 한층 제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계약의 가장 큰 차별점은 ‘기술 이전’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전체 물량 중 117대는 한국에서 완제품으로 생산하고, 나머지 63대는 폴란드 국영 방산그룹 PGZ가 현지에서 생산한다. 현대로템은 현지 생산 거점 구축을 지원하고, 제작 노하우 및 후속 유지·보수(MRO)까지 전수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방산 기술을 도입해 성장하던 과거를 지나, 이제는 기술을 이전하는 ‘공급국’의 단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K2 개발 성공 뒤엔 국산화율 90% 생태계 기반
K2 전차는 2008년 국방과학연구소와 현대로템이 협력해 독자 개발한 모델로, 국산화율이 90% 이상에 달한다. 1980년대 미국의 설계 기반 K1 전차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부품 공급망을 자립화했고, 이 과정에서 120개 이상의 1차 협력사가 참여했다. 이 같은 생태계가 구축되어 있었기에 2차 수출이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폴란드 내 생산 거점이 가동되면 총 360대에 이어 3·4차 추가 계약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 방산기업 임원은 “폴란드군이 K2 전차를 중심으로 전술 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앞으로 최소 10~20년 이상 안정적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는 방산 생태계 수출 경쟁 중… 한국도 전환 속도
세계 각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산 자립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EU는 ‘유럽 재무장’ 전략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군사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고, 미국 역시 ‘자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더는 동맹을 무조건 보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방산 기업들도 완제품 수출에서 벗어나,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 유지·보수까지 포괄하는 ‘생태계 수출’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3년 호주에 레드백 장갑차 생산시설을 준공했으며, 루마니아에도 K9 자주포 생산기지를 추진 중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해 7월 페루에서 FA-50 부품을 현지 생산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방산 부문에서도 보호주의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단순 완제품 수출보다는 기술 이전을 통해 부품 공급과 MRO 분야에서 장기적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 전략”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