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절한 좌절>은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와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류한욱 원장이 공동 집필한 책이다.
책의 핵심 개념은 제목 그대로 ‘적절한 좌절’이다. 좌절은 흔히 피해야 할 감정으로 여겨지지만, 저자들은 오히려 그것이 자아 형성과 심리적 회복력의 중요한 자양분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현대 사회는 ‘과잉의 시대’다. 부모의 지나친 개입, 끊임없는 칭찬, 불필요한 보호는 아이에게 좌절을 경험할 기회를 빼앗는다. 그리고 좌절 없는 성장에는 반드시 감정 조절 실패, 자기 통제력 부족, 자아 미형성이라는 대가가 따르게 된다.
류한욱 원장은 진료실에서 마주한 아이들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이 문제를 현실감 있게 풀어낸다. ADHD, 게임 과몰입, 감정 기복 등의 문제 뒤에 숨겨진 공통된 원인으로 ‘좌절의 부재’를 지적한다. 김경일 교수는 인지심리학 관점에서 부모의 불안, 공생 심리, 통제 욕구 등을 설명하며, 자녀를 위한 진짜 양육은 때로 ‘도와주지 않는 용기’임을 강조한다.
이 책은 단순한 육아서를 넘어 부모와 자녀 모두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한 자기 성찰서로 읽힌다.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보다 ‘언제 도와주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한 통찰이 깊게 배어 있다. 특히 “실패할 기회를 허락받은 아이만이 진짜 자립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부모의 책임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든다.
<적절한 좌절>은 부모의 사랑이 자녀의 성장을 어떻게 도울 수도, 막을 수도 있는지를 조용히 그러나 날카롭게 일깨우는 책이다. 지금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심리적 해독제이자, 우정과 신뢰로 빚어진 따뜻한 공동의 지혜다.
두 저자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함께 학창시절을 보낸 인연으로, 40년 넘게 우정을 이어온 동문이다. 각기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전문가가 부모와 자녀 사이의 심리적 과잉과 결핍 문제를 마주하며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책은 그 오랜 우정이 인지심리학과 소아청소년 정신의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빚어낸 공동 성찰의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