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사회

해수부 부산 이전, ‘국가균형발전’인가 ‘행정비효율’인가?

해양
6월 2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해양수산정책 방향에 대한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기연 지오시스템리서치 대표, 이강기 베라치노 데이터센터 컨설팅 대표, 김홍선 해양수산기업협회 회장, 윤구현 뉴스커런트 대표, 최인호 전 국회의원, 김규원 한겨레 선임기자, 조보현 빌리언21 대표, 송준일 한국품질보증원 대표.

찬반 토론 속 드러난 갈등의 본질은 ‘절차와 명분’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겁다. 지난 6월 27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해양수산정책 방향에 대한 토론회’에서는 해양수산기업협회(회장 김홍선) 주최로 정부의 ‘해수부 연내 부산 이전’ 방침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오갔다. 참석자는 12명에 불과했지만, 토론자들의 발언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날 토론은 뉴스커런트 윤구현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찬성 측은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전 국회의원이, 반대 측은 김규원 한겨레 선임기자가 대표로 나섰다.

찬성측 “균형발전과 북극항로 시대, 지금이 기회”

최인호 전 의원은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사업”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서울로 모든 인재와 자원이 집중되는 현상을 막지 않으면 출산율 저하와 지방 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 사례를 언급하며, “1980년대 파리 외 지역이 ‘사막’이라 불릴 정도로 소외됐지만, 공공기관과 기업, 대학의 지방 이전을 통해 출산율 반등과 지역 활성화를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 전 의원은 조선해양산업과 북극항로를 언급하며 “부울경은 이미 관련 산업의 중심지로, 해수부가 부산에 자리할 때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해수부와 HMM 등 관련 공공기관·기업이 집적되면 5만 개의 일자리 창출과 10만 명의 인구 유입 효과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반대측 “성급하고 절차 없는 결정, 윤석열 정부 방식과 닮아”

반면 김규원 선임기자는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대한 종합적 계획과 논의 없이 해수부 이전만 단독으로 발표된 것은 전형적인 ‘정치적 이벤트’”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기관 이전은 장기 계획 속에서 원칙과 기준을 세우고 이행되어야 하며, 그 과정이 없는 채 급하게 추진되면 행정 혼란만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해수부는 중앙행정기관으로서 국무회의, 국회 상임위, 대통령실 회의 등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며 “서울과 세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국정 운영 체계 속에서, 부산 이전은 행정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기자는 “이런 일방적 추진은 윤석열 정부가 산은 이전을 강행하려 했던 방식과 닮았다”며 “민주당이 반대했던 방식이 지금은 민주당 정부에서 재현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규원 기자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비교하며 “노무현 정부는 2002년 공약 발표부터, 2005년 이전 계획 수립, 2012년 실행까지 10년 이상을 숙성시켰다. 지금처럼 몇 달 만에 밀어붙이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청중 “균형발전인가 해양강국인가” 다양한 시각

청중들의 반응도 다양한 시각을 반영했다. 박창욱 오셔닉 대표는 “균형 발전이 우선인지, 해양강국 실현이 우선인지 명확한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김홍선 회장은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는 듯한 모습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조보현 빌리언21 대표는 “수산 분야의 비전 제시가 빠진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직원의 85%가 부산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조직의 동력은 구성원의 열정과 자긍심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물리적 이전이 곧 기관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번 토론회는 해수부 이전을 둘러싼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 논쟁이 아니라, 행정 원칙, 정책 추진 방식, 국가균형발전의 실질적 의미를 되묻는 계기가 되었다. 갈등의 본질은 ‘이전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옮길 것인가’에 있었다.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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