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칼럼

[박명윤 건강칼럼] ‘조용한 살인자’ 당뇨병 500만 시대

당뇨병은 각종 합병증의 원인이 되는 질환이란 점에서 위험하다 <이미지 삼성전자 뉴스룸>

전 세계적으로 ‘조용한 살인자’라 불리는 당뇨병은 이제 한국 사회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당뇨병 환자는 약 501만 명으로,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는 셈이다. 사망 원인 순위에서도 당뇨병은 국내 7위, 세계 9위에 올라 있으며,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만성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세계 당뇨병 환자 수는 무려 4배 이상 증가했다. 비만, 고지방 식단, 신체활동 부족, 경제적 스트레스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며 2022년 기준 약 8억 명이 당뇨를 앓고 있고, 이 중 절반 이상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의 이상 또는 기능 저하로 인해 혈당 조절에 문제가 생기는 대사질환이다. 식사 후 높아진 혈당은 인슐린의 작용으로 세포 내 흡수되거나 글리코겐으로 전환되어 저장된다. 그러나 인슐린 기능이 저하되면 혈당이 체내에 그대로 남아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고, 각종 합병증을 유발한다.

정상적인 공복 혈당은 99mg/dL 이하이며, 식후 2시간 후 140mg/dL 미만이다. 공복 혈당이 126mg/dL 이상, 식후 혈당이 200mg/dL 이상일 경우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그 경계에 있는 상태, 즉 공복혈당장애(100125mg/dL)나 내당능장애(140199mg/dL)는 향후 당뇨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당능장애는 10년 이내에 70%가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당뇨병의 대표 증상은 ‘삼다(三多)’, 즉 다음(多飮), 다뇨(多尿), 다식(多食)이다. 포도당이 소변으로 배출되며 수분이 함께 빠져나가 갈증을 유발하고, 에너지원이 체내에서 사용되지 못해 피로와 체중 감소로 이어진다. 그러나 혈당이 크게 높지 않으면 별다른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다.

문제는 합병증이다. 고혈당이 지속되면 심장, 뇌, 신장, 눈, 신경계 등 전신에 걸쳐 합병증이 발생한다. 심혈관 질환, 실명, 만성신부전, 하지 절단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소혈관 질환은 철저한 혈당 조절로 예방할 수 있다.

치료는 식이조절과 운동, 약물요법이 병행된다. 가벼운 당뇨는 생활습관 개선으로 관리 가능하지만, 중등도 이상은 혈당강하제나 인슐린 주사 치료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비만, 고열량 식단, 스트레스, 음주를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혈당 검진으로 무증상 당뇨를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

WHO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당뇨병 억제를 위해선 건강한 식단과 운동을 지원하는 국가 정책이 필수”라며, 예방 중심의 보건 시스템 구축을 강조한 바 있다.

당뇨병은 철저한 관리만 있다면 충분히 억제 가능한 질환이다. 우리는 지금, ‘조용한 살인자’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는가.

박명윤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 보건학박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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