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홍근표 간호학 박사…교육·봉사·신앙의 95년 생애

간호학 교육과 봉사 활동으로 평생을 헌신해 온 홍근표 박사가 6월 23일, 향년 95세로 별세했다.
빈소는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 특1호실에 마련됐으며, 연세대학교회는 24일 낮 12시 장례예배를 열고 고인의 삶을 기렸다.
1930년생인 고인은 이화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세브란스 간호학교에 입학했으나 6.25전쟁으로 학업이 중단됐다. 이후 캐나다 알쳐기념 간호학교에서 1951년부터 1954년까지 간호학을 공부하고, 미국 뉴저지 프린스턴 중앙의료원과 코네티컷 예일 뉴헤이븐종합병원에서 책임간호사로 일했다.
귀국 후에는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간호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화여자대학교 간호대학 교수와 기독간호대학교 학장을 역임하며 후학 양성에 힘썼다. 기본간호학회 회장, 서울YWCA 이사와 국제친선부 위원장, 대한기독간호사협회 광주·전남지부장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 한국 간호계 발전에도 기여했다.
국내 간호계 발전에 남긴 공로는 크다. 이화를 빛낸 상, 서울시장 간호업무봉사상, 국제간호협의회 공로상, 대한간호협회 최고공로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기본간호학, 외과간호학, 암간호 등 다수의 간호학 관련 저서를 남겼다.
고인은 간호 현장뿐 아니라 신앙 공동체에서도 따뜻한 사랑과 봉사로 존경받았다. 연세대학교회 원로 교인으로 오랫동안 남선교회와 여선교회 활동을 이끌었다. 마가복음 10장 43~45절 말씀처럼, 남을 다스리려 하기보다 섬기며 살아온 삶이었다는 평가다.
장례예식은 조성연 연세대 음악대학 교수의 전주로 시작해 정용한 목사가 집례했다. 설교는 이계준 목사가 맡았다. 고인의 약력은 세브란스병원 간호사 김잔디가 소개했고, 임인진 여선교회 교우와 이자형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조사로 고인을 추모했다. 장정권 솔리스트가 찬송가를 조가로 부르고, 유가족 대표로 한광일 교우가 인사를 전했다.
생전 함께 봉사 활동을 해온 이들은 고인의 신앙과 봉사의 정신이 앞으로도 교회와 간호계에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한편 천영준 기술정책학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써 필자를 더욱 뭉클하게 만들었다. “홍근표(1930-2025) 교수님의 말씀 덕분에 중요한 고비를 넘긴 경험이 몇 번 있는 나로서는 너무나 죄송하고 빚진 마음이 큰 장례였다. 격동의 세월을 살았던 여성 지식인으로 간호학의 새 길을 연 분이었고, 아인슈타인이나 김구선생과 동시대적 감각을 공유했던 비범한 남편을 만나 한 평생을 사시면서도 단단하고 따뜻한 모습을 잃지 않은 분이었다. 또 고인은 무조건적인 베품이 인상깊은 분이었다. 90을 바라보는 분들이 100세를 바라보시던 분을 하늘나라로 보내드리는 장례식을 언제 또 볼 일이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