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윤재석의 시선]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한반도 지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다시 핵심 안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Xavier Brunson)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 5월 28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연구소(ICAS) 세미나에서 “전략적 유연성은 모두가 원하는 것”이라며 “힘을 통한 평화를 위해서는 때로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에 앞서 5월 15일 하와이에서 열린 미 육군협회(AUSA) 심포지엄에서도 “인도태평양 지역의 ‘거리의 폭정(tyranny of distance)’을 극복하는 데 주한미군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유사시 한반도 밖 작전에 참여할 수 있는 주한미군의 운용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위에 국한되지 않고, 필요 시 역외로 신속히 전개될 수 있는 병력 운용 개념이다. 2006년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국과 협의하에 역외 작전을 결정한다는 조건부 합의가 이뤄진 바 있으며, 최근 브런슨 사령관의 언급은 이를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한반도가 항공모함처럼 중국과 일본 사이에 정박해 있는 전략 요충지”라고 강조하며, “만약 미 항공모함이 한반도에 배치된다면 러시아와 중국은 동해와 서해에서의 행동에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한반도를 미 전략 자산의 핵심 거점으로 보는 시각을 반영한 발언이다.

이와 함께 제기된 주한미군 4,500명 감축설과 관련해서는, 단순 감축이 아닌 전략적 재배치 또는 순환배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해외주둔 미군 전체에 대한 재편을 논의 중이며, 주한미군도 그 일환으로 병력 운영 방식이 조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주한미군의 일부 병력이 탄력적으로 운용되면서도 전반적인 억제력은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는 입체적 방어체제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도 맥을 같이한다.

전문가들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감축이 아니라 역할 확대의 신호일 수 있다”며 “앞으로 한미 간 협의와 조율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재석

'조국 근대화의 주역들' 저자, 傳奇叟(이야기꾼), '국민일보' 논설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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