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발행인 칼럼] 인도·파키스탄 언론에 보내는 평화와 연대의 ‘제언‘

2025년 5월 10일 영국 런던에서 남아시아 연대 운동 시위대가 인도-파키스탄의 분쟁을 멈출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이 칼럼은 최근 분쟁과 불완전한 휴전상태에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 매체에 기고, 5월 24일 동시에 보도된 것입니다. 아시아엔은 앞서 두나라 기자에게 동일한 질문을 보내서 분쟁의 핵심과 현지 언론 보도 행태, 젊은 세대들에 미칠 영향 등을 인터뷰했습니다. 이들은 “분쟁 해결에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아시아엔>은 앞으로도 갈등과 분쟁지역의 문제 해결에 지혜를 모아 의지를 갖고 슬기롭게 대처하여 나갈 계획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인도와 파키스탄의 오랜 갈등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분노의 외침, 슬픔의 탄식, 때론 침묵조차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오랜 대립의 틈바구니에서 평화를 외치는 언론의 목소리는 너무 적었습니다.

저는 분단국가 한국에서 나고 자란 언론인입니다. 그 누구보다 분단이 남긴 고통, 대화의 귀중함을 깊이 아는 당사자로서 이 글을 씁니다.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상처와 희망을 함께 경험한 이로서 말입니다.

저의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언론은 평화를 말해야 합니다. 이것은 이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실을 전달하고, 누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어떤 어조로 사회적 담론을 이끄는가에 관한 전문적이고 도덕적인 책임입니다.

두 세대, 하나의 메시지
최근 저는 두 명의 인도·파키스탄 언론인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한 명은 파키스탄의 원로 언론인 나시르, 다른 한 명은 인도의 젊은 기자 군짓입니다. 두 사람은 세대도 다르고, 언론 환경도 다르지만, 언론은 분열이 아닌 평화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점에서 완벽하게 일치된 신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50년 넘게 두 나라 사이의 갈등을 목격해온 나시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젊은이들은 양국의 미래를 비관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그의 말은 과거를 회고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져야 할 책임을 일깨우는 울림이었습니다.

반면, 젊은 세대의 군짓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불신 속에서 자랐지만, 그것을 다음 세대에 넘길 필요는 없다” 그녀에게 언론은 시민과 시민, 관점과 관점을 잇는 다리입니다. 유산이 아닌, 선택의 문제로 평화를 바라보는 이 세대의 언론 철학은 실로 인상 깊었습니다.

이 대화를 들으며 저는 한반도를 떠올렸습니다. 한국 역시 70년 넘게 분단 상태입니다. 하지만 남북 언론인들은 때때로 공동취재를 하고, 진실을 공유하며, 새로운 해석을 시도해 왔습니다. 평화를 상상하고 실천하는 것이 정부만의 역할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평화 저널리즘
언론은 평화의 벽돌이 될 수도 있고, 증오의 장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후자의 사례가 더 많았습니다. 선정적 제목, 정파적 논평, 무비판적 내러티브의 반복은 결국 사회적 신뢰를 갉아먹습니다. 저널리즘은 연극이 아닙니다. 진실을 바탕으로 한 성찰과 균형, 책임이 그 본질입니다.

저는 아시아기자협회(AJA) 창립자로서 인도와 파키스탄, 한국, 네팔, 방글라데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수많은 언론인들과 협력해 왔습니다. 그들은 용기 있고 정직하며, 무엇보다 평화를 말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 역량을 평화를 위해 함께 모으는 집단적 결단입니다.

평화를 위한 공동 선언
이제 저는 제안합니다. 인도와 파키스탄 언론인들이 함께 ‘평화를 위한 공동언론선언문’을 작성·발표합시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우리가 다음의 원칙에 합의할 수 있다면 새로운 시작이 가능합니다.

갈등 보도의 정확성 유지
자극적 언어 사용 자제
타인(적대국조차도)의 인권 존중
정치적 압력에서 편집권 확보

아시아기자협회는 이 선언을 전폭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 작업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전략입니다. 평화는 한 문장, 하나의 기사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한반도가 주는 교훈
누군가는 인도-파키스탄 갈등은 독특하다고 말할 것입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한반도도 독특합니다. 평화조약 없이도 남북은 공동취재, 정상회담 생중계, 보도 방향 교환 등을 통해 실질적인 협력을 해 왔습니다.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은 결국 인식과 담론을 바꾸는 힘이 되었습니다.

한국 언론 역시 오랜 세월 검열과 통제를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언론이 국가나 자본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사명임을 배우고 실천해 왔습니다.

과거를 넘어, 미래를 향해
인도와 파키스탄은 과거의 모든 문제에 합의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미래는 과거에 지배당해서는 안 됩니다. 언론은 이제 오래된 적개심을 반복하는 대신, 새로운 가능성을 밝혀야 합니다. 국경을 넘는 갈등을 다룰 때, 민간 교류나 문화적 유대도 함께 조명해야 합니다. 분쟁을 보도할 때, 공감도 함께 담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가장 강력한 언론입니다-진실하고, 용기 있으며, 건설적인 바로 그런 언론 말입니다.

언론이 먼저 변화의 초석으로
우리는 지금 가짜뉴스가 넘쳐나고, 정치가 극단으로 치닫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신뢰는 줄어들고, 책임은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다릴 때가 아닙니다. 언론이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나시르와 군짓처럼, 서로 다른 세대와 국가의 언론인들이 손을 맞잡고, 평화를 향한 언어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할 때입니다.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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