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갑고 고마운 공직자 여러분, 제21대 글로벌도시 정무부시장 황효진입니다. 저는 2년 전 정무부시장 취임사에서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생각함에 사특함이 없는 사무사(思無邪)의 정신으로 정각로에서 정진할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과연 그 다짐을 얼마나 제대로 실천했는지 스스로 되묻습니다. 지난 2년간 관계 부서들이 한 자리에 모여
50여 차례 30여 개 정책 현안을 다루면서 부서간 장벽을 허물고 정책 콜라보(collabo)를 도출하려고 힘써 노력해 왔지만, 동상이몽(同床異夢)하면서 정치적 경제적 이해 관계 프레임에 갇히거나 시민의 희망을 저버리는 일은 없었는지 겸허히 되돌아 봅니다.
사실 글로벌도시 정무부시장의 업무 영역에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착종하고, 정책 결과에 따라서는 시민의 행복)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 인천의 미래가 달린 중차대한 현안들이 즐비했습니다. 그러하기에 생각함에 사특함이 없어야 했고, 시민의 입장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령 사적 이해가 개입된 민원에는 원칙에 입각하여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엄정하게 처리해야겠지만, 다수 시민의 행복을 좌우할 집단 민원에는 가능한 한 관료주의적 절차를 뛰어넘는 시민 중심의 창의적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일, 즉 시민이 행복한 세계 초일류 도시를 위한 정책을 창안하는 데는 오랜 행정 기술을 축적해 온 공직자의 집단지성을 이끌어내야만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 보고가 아닌 토론 문화의 정착이 필요했고 조직 내의 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이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을 일급수 건배사로 소리 높여 외치는 이유였습니다.
돌이켜보니 때로 불광불급(不狂不及)한 열정이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되지 않았을까 염려도 됩니다. 잠시 머물다가 떠나는 어공이 수십년 묵묵히 공직을 수행해온 역전의 용사 늘공을 다그치며 상처내는 우를 범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이 또한 지나갈 일, 때론 메기도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저의 부족함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지난 2년은 어공으로서 늘공의 가치를 새삼 깨우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공직 사회는 선한 영향력을 시민사회에 흘러보내는 축복의 통로라는 깨우침입니다. 그리하여 ‘이제야 당신을 사랑했습니다(sero te amavi)‘라고 고백한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처럼, 저는 이제야 공직자 여러분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저에게 깨달음의 소중한 기회를 주신 유정복 시장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퍼블릭 이슈(public issue)의 핵심 도량인 정각사(正覺寺)를 떠납니다. 취임 때 목에 찼던 보호대도 벗어 던지고 회계(회개)와 감사 그리고 분개가 반복되는 세상 속으로 담담하게 환속합니다.

마침내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을 온전하게 외칩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 I hope for nothing)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 I fear nothing )
나는 자유다 ( I am free)
그동안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5년 12월 15일
황 효진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