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설탕이 많이 함유된 식품과 음료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설탕 부담금(설탕세)’ 도입을 공개적으로 제안하면서, 당류 과다섭취를 둘러싼 정책 논의가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그린푸드사업협동조합(이사장 김동환)은 “질병의 근본 원인에 접근하는 방향”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28일 엑스(X)에 “담배처럼 설탕 부담금으로 설탕 사용을 억제하고, 그 부담금으로 지역·공공 의료를 강화하는 데 재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국민 의견을 물었다. 대통령실 역시 각계 의견을 수렴해 제도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번 제안은 질병 문제를 의료 공급 확대만으로 해결하기보다, 당류 섭취 행태라는 근본 원인을 개선해 의료 수요 자체를 줄이겠다는 예방 중심 정책 방향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실제 제도 설계 단계에 들어가면 물가 영향, 산업 부담, 역진성(저소득층 부담), 소비자 수용성 등 현실적 쟁점이 동시에 제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사회적 공감대가 일정 수준 형성됐다는 점은 주목된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공개한 설문조사(응답자 1,030명, 한국리서치 의뢰, 1월 12~19일)에 따르면 ‘첨가당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기업에 설탕과다사용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에 80.1%가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의가 단순한 찬반을 넘어 ‘어떤 설계가 실제로 효과적인가’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류 과다섭취는 국제적으로도 문제의식이 공유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 권고를 통해 성인과 아동 모두 자유당(free sugars) 섭취를 총 에너지 섭취의 10% 미만으로 줄이고, 추가적인 건강 이익을 위해 5% 미만(하루 약 25g 수준)까지 낮출 것을 제시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비만과 만성질환을 사회적 비용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확산되며,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2021년 기준 15조6천억 원을 넘는다는 추산도 제기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2021년에도 설탕 부담금 논의가 있었으나 식품업계 반발과 소비자 부담 우려 등으로 제도화까지 이어지지 못한 전례가 있다. 이번 논의 역시 찬반 공방에 머물 경우 정책 피로감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가 가장 민감하게 보는 지점은 ‘맛과 가격’이다. 설탕은 음료, 제과·제빵, 소스·장류 등 가공식품 전반의 맛 설계와 직결돼 있다. 부담금이 도입되면 기업은 가격 전가, 마진 흡수, 제품 재설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그 결과는 소비자에게 가격 인상이나 맛 변화로 체감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국내 제품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수입 제품으로 소비가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쟁점은 정치권 공방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설탕세 다음은 소금세냐”는 표현을 사용하며 물가 부담과 정부 개입 과잉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한국그린푸드사업협동조합은 “정책 목적이 국민 건강이라면 설탕 부담금 논의는 세금 찬반에 머물 것이 아니라 대체 식품 공급까지 포함해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합은 저당 식품이 ‘건강해서 억지로 먹는 음식’이 아니라 ‘맛있어서 자연스럽게 선택되는 음식’이 될 때 정책 효과와 수용성이 함께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금연 정책에서도 의지만 강조하기보다 니코틴 껌 등 대체 선택지를 함께 제공했듯, 당류 섭취를 줄이는 정책 역시 맛을 유지한 저당 식품 공급이 병행돼야 현장에서 작동한다”고 말했다.
조합은 이러한 주장이 공허한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실제 기술 사례도 제시했다. 조합 운영사인 ㈜가이아의 경우 보건복지부 보건신기술(NET) 인증 체계에서 ‘짠맛 체감은 유지하면서 나트륨을 낮추는’ 식품 원천기술이 공적 검증을 받은 바 있다. 조합은 이 같은 방식의 ‘맛 유지형 저감 기술’이 당류 분야에서도 확장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적 관점에서 보면 글로벌 식품·음료 시장은 2025년 기준 약 9조4천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이는 반도체 시장의 약 15배에 이르는 규모다. 조합 측은 설탕 부담금 논의가 단순한 ‘억제 정책’에 그치지 않고, 맛을 유지한 저당·저염·저칼로리 식품을 공급·인증·수출하는 정책 패키지로 이어질 경우 K-푸드가 ‘건강형 표준’을 선점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설탕 부담금이든 어떤 제도든 최종 승부는 현장에서의 맛과 가격”이라며 “정책이 국민 건강을 목표로 한다면, 맛을 유지한 대체 식품 공급 확대까지 포함해 설계될 때 비로소 건강 정책으로 완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