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수도병원 성형외과 군의관이자 이화여대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인 황건(Kun Hwang) 박사가 제갈량의 『출사표』를 현대 의료윤리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황 박사는 최근 미국 두개안면성형외과학회(American Society of Craniofacial Surgery) 공식 학술지 2026년 7·8월호에 ‘The Surgeon’s Memorial on Setting Forth'(외과의사의 출사표)를 게재했다. <편집자>

논문은 중국 삼국시대 제갈량의 ‘출사표’를 단순한 역사적 명문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맡은 사명을 끝까지 수행하겠다는 ‘책임의 선언’으로 해석한다. 황 박사는 이러한 정신이 현대 외과의사들에게도 필요한 핵심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논문에 따르면 외과의사의 전문성은 세 가지 가치 위에 세워진다. 첫째는 겸손(Humility)이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않고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자세다. 둘째는 책임(Duty)이다.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에 두고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소명을 다하는 태도를 뜻한다. 셋째는 결의(Resolve)다. 불확실성과 위험, 실패의 가능성 속에서도 끝까지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의지다.
황 박사는 이 세 가지 덕목이 서로 균형을 이루는 삼각형이 곧 ‘외과의사의 출사표’라고 설명했다.
논문은 또 의사의 삶에는 여러 차례 ‘출정’의 순간이 있다고 말한다. 의과대학 졸업과 히포크라테스 선서, 전문의 자격 취득, 교수 임용 등 새로운 책임을 맡는 모든 순간이 새로운 출사표를 쓰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의사는 경력의 중요한 전환점마다 자신의 사명과 초심을 되새겨야 한다고 제안한다.
황 박사는 논문에서 현대 의료인을 위한 새로운 ‘외과의사의 출사표’도 직접 제시했다.
그는 “나는 나의 부족함과 한계를 안다. 그러나 환자를 돌볼 책임을 맡은 이상 그 의무를 피하지 않겠다. 의사의 이름으로 지식을 추구하고, 외과의사의 이름으로 기술을 연마하며, 환자의 유익을 위해 스승들의 가르침을 성실히 실천하겠다. 성공은 스승들의 덕이며 실패가 있다면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한계 때문일 뿐이다. 이러한 마음으로 나는 길을 떠난다”고 다짐했다.
황 박사는 결론에서 “제갈량의 『출사표』가 충성과 헌신의 상징이었던 것처럼, 현대 외과의사에게도 평생 간직해야 할 ‘출사표’가 필요하다”며 “수술은 전쟁처럼 용기를 요구하지만 목적은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외과의사의 출사표가 젊은 의사들에게 영감과 나침반이 되어, 겸손과 책임, 흔들리지 않는 결의를 바탕으로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동아시아 고전인 『출사표』를 현대 의료윤리와 의학교육에 접목한 독창적인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인의 전문성과 사명의식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의미 있는 제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