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카슈미르 테러 이후 양국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두 나라 정부는 물론 언론들마저 날이 선 비판을 이어가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에 아시아엔은 이번 사태를 지속적으로 보도해 온 인도의 군짓 스라 기자, 파키스탄의 나시르 아이자즈 기자와 양국의 휴전을 전후로 두 차례의 공동인터뷰를 진행, 독자들에게 깊이 있고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한다.
아시아엔은 양국의 언론인에게 ‘국경 너머의 테러리즘’ ‘일시 휴전’ ‘현지 분위기’ ‘사태를 바라보는 언론의 관점’ ‘현실적인 해법’ 등을 주제로 동일한 질문지를 건네 서면으로 답변을 받았다. 인터뷰는 문답식으로 이뤄지며, 아시아엔 한국어판과 영어판을 통해 두 차례 게재된다.

2025년 4월 26일 인도 관할 카슈미르 지역에서 발생한 테러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분쟁의 주요 쟁점 중 하나가 ‘국경을 넘나드는 테러’다. 이에 대한 양국 정부의 입장은 어떠한가.
군짓 스라: 인도 입장에서 본다면 파할감에서 발생한 사건은 파키스탄에서 기인한 국경을 넘나드는 테러의 위협이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인도 정부는 자이쉬 에 무함마드(Jaish-e-Mohammed, JeM), 라쉬카르 에 타이바(Lashkar-e-Taiba, LeT), 히즈불 무자히딘(Hizbul Mujahideen)과 같은 단체들이 파키스탄 국가기관의 지원을 받아 활동한다고 생각한다. 인도 정부는 파키스탄이 이들 단체를 통해 카슈미르를 혼란에 빠뜨려 인도의 주권을 훼손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인도는 이 같은 패턴에 대해 오랫동안 지적해 왔다. 2001년 인도 의회 테러, 2008년 뭄바이 테러, 2016년 파탄코트 공군기지 테러, 2019년 풀와마 테러 등이 그 예다. 인도 정부는 최근의 파할감 테러를 보면서 앞선 예들이 단발성이 아닌 장기적인 전략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파키스탄은 정부 차원의 개입을 부정해 왔으며, 카슈미르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원주민의 자발적인 봉기라 규정하는 경우가 잦았다. 반면 인도 정부는 파키스탄이 테러리스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인도 정부는 파키스탄 측에 테러 관련 증거물을 제공하거나 현장수사를 허가하며 협력을 요청해 왔으나 실질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일부 언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하피즈 사이드, 마수드 아자르 등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들이 파키스탄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고 보도한 적도 있다. 인도 당국은 파키스탄의 미온한 대처를 보면서 테러 근절에 대한 의지가 없다고 간주할 수 있다.
인도 측 주장의 핵심은 테러와 대화가 공존할 수 없으며, 파키스탄이 자국 내 테러를 근절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는 유의미한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인도는 유엔, G20,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Financial Action Task Force) 등의 유관 기관에 파키스탄의 테러 지원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으며, FATF는 파키스탄을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그레이 리스트에 올린 적도 있다. 국제사회의 압박을 통해서라도 파키스탄이 테러리즘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시르 아이자즈: 인도는 국경을 넘나드는 테러를 국가안보의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하며 “파키스탄은 역사적으로 카슈미르에서 활동하는 무장단체를 지원해왔다”고 주장한다. 반면 파키스탄은 국가 차원의 개입을 부인하며 “이러한 폭력은 카슈미르 현지인들의 자결권 투쟁”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어떠한 형태의 테러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이처럼 양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이는 지속적인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2025년 5월 10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 하에 양국은 일시 휴전을 맞이했다. 이번 사태에서 제3국의 개입이 변수가 될 것이란 지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군짓 스라: 인도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을 지렛대 삼아 인도와 파키스탄의 휴전을 중재했다”는 주장을 강력히 부인했다. 인도 외무부는 “미국과 무역 관련 논의를 한 적이 없으며 휴전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협의에 따라 체결됐다”고 밝히며 외부의 개입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인도 야권의 비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인도 야권은 “인도 정부가 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지 의문스럽다”며 이번 휴전을 받아들이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입장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전직 외교관들도 “인도와 파키스탄을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구시대적인 관점은 국제사회에서 인도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것”이라며 인도가 독립적인 노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는 현 시점에서 제3자의 개입을 환영하지 않는다.
나시르 아이자즈: 제3자의 중재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긴장을 완화시켜 소통의 창구까지는 만들 수 있으나 당사자의 진정성 있는 참여가 없다면 한계가 있다. 트럼프가 중재한 휴전으로 양국이 충돌을 일시적으로라도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상호신뢰 하에 장기적으로 대화를 이어가면서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지난 5월 12일 양국 군 수뇌부가 휴전을 체결한 이후 최초의 회담을 가졌다. 대면이 아닌 핫라인 방식의 대화였다.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보는가? 휴전이 체결된 이후에도 일부 분쟁지역에서 총성이 들려오고 있는데 분쟁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군짓 스라: 아직은 조심스럽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군사통제선 부근(Lot)에서의 우발적인 충돌을 막기 위해서라도 소통이 중요하다. 다만 인도는 이번 대화를 유의미한 진전이라기보다는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형식적인 교류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 양측 모두 휴전 협정을 준수하려 하지만 직접적인 대화나 관계개선을 이룰 정도로 서로를 신뢰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휴전에 합의했음에도 도발이 계속됐던 사례들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일부 지역에서의 지속적인 총격은 휴전이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도는 평화를 지지하지만 특히 국경 간 테러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나시르 아이자즈: 휴전 이후 군 수뇌부가 첫 회담을 가졌다는 것은 양국에 교류와 소통의 의지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아직까진 핫라인 회담에 그치고 있지만 대화를 통해 즉각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는지는 논의 내용에 달려있다. 구체적인 합의, 이행 조치, 긴장완화 대책 등이 논의됐다면 유의미한 결과가 만들어 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형식적이고 모호한 대화에 그쳤다면 상징적인 제스처에 그칠 것이다. 이번 교류는 양측의 협력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기지표가 될 수 있지만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려면 지속적인 대화와 구체적인 행동이 수반돼야 한다.
휴전 이후에도 분쟁지역에서 산발적인 총격과 충돌이 벌어질 정도로 잠재적인 위험요소들이 남아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면 오판이나 우발적 충돌로 상황이 이전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양국의 군 수뇌부 및 대표단이 협상 기간 동안에는 ‘말의 전쟁’(War of Words)을 중단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파키스탄군 대변인의 “휴전을 원한 것은 파키스탄이 아니라 인도였다”라는 발언이나 인도군 대변인의 “나는 무슬림이지만 인도인으로서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테러리즘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와 같은 발언은 양국의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일시적인 휴전 체결이 체결됐지만 양국의 접경지나 위험지역은 여전히 긴장상태에 놓여 있다. 양국의 현지 분위기나 국민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군짓 스라: 인도 측 국경지대에는 지금도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휴전 이후 공식적인 전투는 멈췄지만 인근 주민들은 그간의 포격과 피난 탓에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국경지대 주민들은 과거의 휴전협정들이 무의미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불신이 깊은 편이다. 그럼에도 희망의 불씨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도 사실이다.
도시 지역은 언론 보도의 영향인지 민족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테러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지지하면서도 전선을 지키는 군인들에 대한 걱정과 우려도 공존한다. 시민단체와 일부 전문가들이 외교적 해법과 자제를 촉구하고 있지만 ‘정의’와 ‘응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나시르 아이자즈: 긴장감과 신중함이 공존한다. 위험지역에선 휴전 이전과 유사한 정도의 경계태세가 이뤄지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지만 평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들은 속히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다. 재발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평화를 낙관하는 사람들도 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