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엄상익 칼럼] “국민정신의 성숙도에 문제가 있어요”..대선후보들 동의한다면, 어찌해야 할까요?

시대가 사람들을 좌우로 나누어 서로 다른 길로 헤어지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민주주의란 서로 증오하는 다른 존재도 공존하게 하는 제도이다. 곧 대통령 선거가 있다. 후보들은 함께 이루어야 할 공통된 미래를 이야기하며 통합을 이루어야 하지 않을까.(본문에서) 우리도 사진처럼 손에 손잡고 함께 갈 날 있으리라…

시드니에서 기독교 잡지를 발행하는 친구가 한국에 오는 길에 동해의 내가 사는 집에 들렀다. 그가 내게 스마트폰의 글 하나를 보여주면서 하소연했다. “나와 삼십 년이 넘게 친하게 지내온 그 장로님이, 내가 좌파의 글을 실었다고 분노하면서 앞으로는 내가 보내는 잡지가 오면 쓰레기통에 쳐넣겠다고 해. 원고를 보내와서 잡지에 게재해 준 것뿐인데, 그렇게 화를 내는 이유를 모르겠어.”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온 친구가 내게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나에게 좌파가 주도한 부정선거에 대해 태도를 분명히 하라고 했다. 나의 처신을 보고, 그동안 맺어왔던 관계를 정리하겠다고 했다. 시대에 휘둘리는 것 같은 황당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 뿌리는 얕지 않은 것 같다.

지금부터 16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대한변협 이사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념화된 판사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에 대한 대한변협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한 회의였다. 사회를 보는 회장이 먼저 이런 말을 했다. “법원 내부가 좌우로 분열되어 사법부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대한변협은 성명을 내기로 했습니다. 이사님들은 의견을 제시해 주십시오.”

한 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의견을 말했다. “법원에서 간첩으로 확정된 사건이, 좌파 정권이 만든 위원회에서 민주화 인사로 결정되는 세상입니다. 저는 지금의 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인지 인민민주주의인지를 분명히 요구합니다. 자유민주주의만이 우리가 지켜야 하는 법치를 본질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 무렵, 법원장을 하던 고등학교 후배와 저녁을 하는 자리에서였다.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제가 선거관리위원장을 해 봐서 압니다. 대한민국의 4분의 1은 좌파고, 4분의 1은 우파,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감정에 따라 기회주의적으로 흔들리는 중도인 것 같아요. 그 흔들리는 절반이 노무현을 찍어 좌파 정권이 됐고, 그러다가 염증을 느껴 이명박 우파 정권이 됐죠. 노무현이 자살하고 나서 정서가 다시 바뀌었죠. 제 딸이 방송국에 근무하는데, 한 번은 ‘노무현이 뇌물죄로 조사받다가 자살한 거 아니야?’라고 무심히 말을 했는데, 그 말을 옆에서 들은 직장 동료가 눈을 부라리며 잡아먹으려 하더래요.”

법원장인 그는 사법부 내부에 대해서도 이런 말을 했다. “모 대법관은 좌파의 수장으로, 그쪽에서는 거의 우상 수준이죠. 같이 근무하는 다른 대법관을 비난한 발언 파문이 있었는데, 내 시각으로는 판사 사회에서 도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사법부 내에 이상한 판사들이 있어요. 징계를 받고 정직이 되어 자기 방과 자리가 없어져도 나가지를 않아요. 쫓아낼 방법이 없는 겁니다.”

나이 칠십이 넘은 나는 지금도 좌파가 뭔지, 우파가 뭔지, 그 차이가 어떤 것인지 정확히 모른다. 그냥 내 양심이 시키는 대로 해 왔다. 그런데도 시대에 휘둘리는 느낌이다.

거지 출신인 도둑을 무료로 변호하면서 인권을 주장했더니, 사람들은 나를 보고 좌파라고 했다. 정부의 법률대리인 자격으로 광우병 선동을 한 방송을 고소했을 때는 나를 보고 우파라고 했다. 그 사건에서 고소인 진술을 하기 위해 검찰청에 갔을 때였다. 담당 검사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이념의 어느 편도 들지 않을 겁니다.”

그 말을 듣고 내가 그에게 되물었다. “검사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닌가요? 그리고 헌법은 자유민주주의 아닌가요?”

순간 검사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왜 죄송하다고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그냥 형법 조문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내가 존경하는 사회 원로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국민정신의 성숙도에 문제가 있어요. 허겁지겁 달려왔기 때문에 국가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도 부족했어요. 대통령제를 문제 삼는데, 그것보다는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한국 정치의 파벌 투쟁이 그 원인 아닐까요. 현재의 여당과 야당은 역사적으로 그 정치적 뿌리가 같지 않아요. 동일한 헌법 체제 아래 있으면서도 꿈꾸는 나라가 다른 게 지금의 불행한 사태를 만드는 거죠. 앞으로 여야 정치권에서 어떤 국가를 건설해야 하는가에 대한 공개적인 토론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선진화된 더 좋은 국가를 만들기 위한 발전적 싸움을 해야죠.”

그 원로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시대가 사람들을 좌우로 나누어 서로 다른 길로 헤어지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민주주의란 서로 증오하는 다른 존재도 공존하게 하는 제도이다. 곧 대통령 선거가 있다. 후보들은 함께 이루어야 할 공통된 미래를 이야기하며 통합을 이루어야 하지 않을까.

엄상익

변호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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