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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박광무 ‘한국 문화정책론’…”문화의 시대, 정책이 삶의 품격을 만든다”

<한국문화정책론> 박광무 저

<한국 문화정책론>(김영사, 2013년 11월 29일 증보판, 박광무 저)은 대한민국 문화정책의 역사와 흐름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대표적인 개론서다. 30여 년간 정책 현장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정책의 개념과 이론, 시대별 변화, 그리고 미래 전망까지 아우르는 내용을 담아냈다.

책은 초판(2010년) 이후 박근혜 정부 출범기의 정책 기조와 흐름을 반영하여 2013년 11월 29일 증보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서문에서 저자는 21세기를 ‘문화주의 시대’로 규정하고, 경제와 산업 중심의 발전 전략에서 문화가 중심이 되는 시대로의 전환을 강조한다. 문화주의란 인간의 내면과 감수성을 중심으로 질서가 형성되는 흐름이며, 정책은 이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기본 입장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핵심 슬로건이었던 ‘문화융성’ 정책을 창조성과 국민행복을 엮는 비전으로 해석하며, 문화정책이 단지 수사적 구호에 그쳐선 안 된다고 짚는다.

전체 구성은 총 5부로 나뉜다. 제1부에서는 문화정책의 개념과 정책 변동의 배경을 설명하고, 제2부는 정책 분석을 위한 이론적 틀을 제시한다. 제3부와 제4부는 박정희에서 박근혜 정부에 이르는 각 정부의 문화정책을 시대별로 분석하면서, 문화행정 체계, 문화기구 설립, 예산 배분, 법제도 정비 등을 비교 정리한다. 제5부에서는 델파이 조사 기법을 활용해 한국 문화정책의 미래 방향과 정책 시나리오를 예측한다.

맺음말에서 저자는 문화정책이 단지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행정 수단이 아니라, 창의성과 자율성을 촉진하고 삶의 품격을 높이는 ‘삶의 설계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화정책이 국가의 품격을 결정짓는 주요한 척도이며, 장기적으로는 국제사회와 인류 공동체에 기여해야 할 책무라는 점도 역설한다.

이 책은 문화정책에 관심 있는 연구자, 정책 담당자, 문화예술 종사자는 물론, 문화와 사회의 관계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에게도 유익하다. 특히 2013년까지의 문화정책 흐름이 정리되어 있어, 이후 변화에 대한 비교와 평가 자료로도 가치가 있다.

다시 증보판이 나온다면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가 포함되길 바란다. 문화분권, 디지털 전환, 지역 문화 활성화 등 최근의 핵심 이슈의 보완도 필요하다.

<한국 문화정책론>은 현재 교보문고, 예스24, 구글 플레이북 등에서 전자책으로도 출간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문화가 정책을 만나 어떻게 시대의 흐름을 바꾸고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지를 이해하려는 이들에게 이 책은 12년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의미 있는 참고서다. 저자는 <가출아빠의 사랑스케치>와 <문화대국으로 가는 길>(공저)을 낸 바 있다.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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