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석의 시선] K원전의 쾌거, K조선도 이어받기를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한 ‘팀코리아’가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원전 2기를 건설하는 26조 원 규모의 사업에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이후 16년 만의 대형 계약으로, 단일 건설사업으로는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다. 2029년 착공해 2036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한다.
이번 사업은 프랑스 EDF,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경쟁 끝에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프랑스와 미국 측의 잇따른 이의 제기와 소송에도 불구하고, 체코 정부와 반독점기구는 모두 이를 기각하며 한국 측 손을 들어줬다. 물론 분쟁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에 로열티를 지급하거나 향후 유럽 시장을 일부 양보했다는 관측도 있으나, 세계적 기술 경쟁에서 한국이 우위를 입증한 점은 큰 성과로 평가된다.
미국 미주리대와의 차세대 연구용 원자로 초기 설계 계약도 또 하나의 쾌거다. 이는 1959년 미국으로부터 첫 연구용 원자로를 들여온 이후 66년 만의 역수출이자, 고출력 신규 연구로를 위한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한 성과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주축이 된 컨소시엄은 미국, 아르헨티나 등 경쟁자들을 제쳤다. 전체 사업 규모는 약 1조4200억 원에 달하며, 세계적으로 노후 연구로 교체 수요가 많아 향후 수십 기 이상의 수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원전 수출 성과는 단지 경제적 이익을 넘어 K원전의 기술력과 신뢰성을 세계에 각인시킨 사례다. 이에 힘입어, 이제는 조선 산업도 세계 시장에서 ‘K조선’의 이름으로 주목받을 차례다.
최근 존 펠런 미국 해군부 장관이 방한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조선소를 방문하고 한미 조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해군의 대비 태세와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한국 조선 기술에 대한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미국 해군의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부문에서 한미 협력이 이미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조선업 역시 원전처럼 수출 효자 품목으로 부상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K원전의 성과가 산업 전체의 자신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제는 조선 분야에서도 이 흐름이 이어져 한국 기술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해줄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