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새로 쓰는 광개토왕과 장수왕’…공저자 이석연·정재수 “삼국사기와 다른 시각에서 고구려 연구”

『새로 쓰는 광개토왕과 장수왕』(이석연·정재수 지음, 논형, 2022년 1월 30일 초판)은 고구려 최전성기인 광개토왕과 장수왕의 통치 100년(391~491년)을 새롭게 조명한 역사서다. 헌법학자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백제 곤지왕 연구가인 역사칼럼니스트 정재수 작가가 공저한 이 책은, 기존의 『삼국사기』가 기록하지 않은 고구려의 미발굴 역사를 담고 있다. 제목 그대로 ‘새로 쓰는’ 광개토왕과 장수왕 이야기인 셈이다.
이 책은 특히 남당 박창화(1889~1962)가 일본 왕실도서관(서릉부)에서 필사한 『고구려사략』을 바탕으로, 『삼국사기』의 기록을 보완하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고구려사략』은 『삼국사기』가 기록으로만 전한 고구려 역사서 『유기』로 추정되는 문헌으로, 광개토왕의 정복사업과 장수왕의 치세 및 외교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 특히 『고구려사략』에는 『삼국사기』가 일체 기록하지 않은 《광개토왕릉비》 비문의 8개 정복사업 기록이 모두 나오며, 일부는 비문 기록보다 상세하고 참전 장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명한다.
책 구성과 특징은 다음과 같다:
- 광개토왕과 장수왕의 통치 기간과 업적을 재조명하며, 『삼국사기』의 기록 부실을 지적한다.
- 『고구려사략』과 《광개토왕릉비》를 중심으로 고구려의 정복사업과 외교를 상세히 분석한다.
- 장수왕의 유적과 유물, 평양 안학궁과 대성산성, 장군총 무덤주인의 미스터리 등을 다룬다.
- 『고구려사략』 문헌 기록과의 비교를 통해 《광개토왕릉비》 비문 글자의 판독 오류를 정정하고 결자를 복원한다.
- 부록으로 집안일대 「고구려무덤떼」의 왕릉급 무덤 분포도를 수록하고, 찾아보기를 제공한다.
서문에서 저자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광개토왕과 장수왕의 역사는 모두 지우자”며, 기존의 역사상식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한, 말 그대로 새로운 역사의 총람을 제시한다.
49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이는 저자들이 역사학자가 아닌 법학자와 역사칼럼니스트로서, 전문적인 용어보다는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서술했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유적과 유물, 문헌 기록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사례 제시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은 고구려사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뿐만 아니라, 역사학자, 고고학자, 문화재 연구자 등에게도 유용하다. 특히, 기존의 『삼국사기』와는 다른 시각에서 고구려의 역사를 바라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 책이 미처 보지 못한 점도 있다. 『고구려사략』의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존재하며, 이로 인해 책의 내용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또한, 『삼국사기』 기록보다 『고구려사략』에만 의존하는 것은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쓰는 광개토왕과 장수왕』은 고구려의 역사를 새롭게 바라보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는 책이다. 기존의 역사 기록에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사료를 통해 고구려의 진면목을 밝히려는 시도는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통찰을 전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