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신정일 ‘이토록 매혹적인 역사기행 우리역사 55’…”발로 쓴 기록이자, 마음으로 읽는 역사”

답사 전문가이자 작가인 신정일 우리땅걷기 대표가 최근 우리 역사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담은 신간 <이토록 매혹적인 역사기행 우리역사 55>(깊은샘)를 펴냈다. 신간은 선생이 수십 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답사하며 기록해온 역사 현장 가운데, 일반 대중에게 덜 알려졌으나 반드시 기억해야 할 장소와 인물, 사건 55가지를 엄선해 엮은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과 해석을 더해, 마치 과거의 현장을 생생히 목격하듯 독자를 이끈다. 역사학자 못지않은 꼼꼼한 자료 조사와 현장감을 살리는 문장이 어우러져 읽는 재미를 더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역사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다가올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고 밝히며, 이 책이 독자들에게 ‘느끼는 역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고조선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시기별로 구성돼 있으며, 각 장마다 실제 현장 사진과 지도가 첨부돼 독자가 직접 역사 유적지를 찾는 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예를 들어, 고구려 대무신왕의 북진 정책이 펼쳐졌던 만주 일대나,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침입 속에 도망쳐야 했던 안동 임청각, 조선의 실학자들이 머물렀던 남한강 유역의 정자들이 그 예다.
또한 신 선생은 기존 역사서에서 간과되기 쉬운 ‘민중의 삶’에도 주목했다. 양반 중심의 역사 대신, 억울하게 희생된 백성들의 이야기나 이름 없는 여성들의 삶도 비중 있게 다뤘다. 이를 통해 역사를 권력자의 기록이 아닌, 모두의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그의 시도가 돋보인다.
필자 역시 신정일 선생과의 인연이 깊다. 지난 2001년 6월, 한겨레신문 기자로서 4대강 특별취재반장을 맡아 우리나라 주요 강의 오염지도를 그리던 중, 금강을 주제로 한 취재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당시 선생은 금강의 문화와 생태, 그리고 잊힌 역사에 대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이후 수년간 간헐적인 전화 통화만 이어오다, 지난 2025년 4월 9일 그의 신간 출판기념회에서 오랜만에 직접 만나 감회가 깊었다.

북카페에서 열린 출판기념회는 봄비 속에 열렸다. 60여명 독자와 지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신 선생은 책에 담긴 사연을 소개하며 “이 책은 발로 쓴 기록이자, 마음으로 읽는 역사”라고 말했다.
필자가 다가가 인사를 건네자, 선생은 반갑게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필자는 “당시 금강에 대한 선생님의 열정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오늘 이 책에서 다시 그 열정을 느낄 겁니다”라고 했다. 선생과 필자는 옛날을 추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우리 강과 산, 역사와 생태를 어떻게 지켜나갈지에 대한 고민을 더해나갈 것이다.
저자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나 기술보다도 ‘역사를 대하는 성숙한 태도’”라고 강조한다.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되고 사라져가는 역사 현장을 안타까워하며, 지역 문화유산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는 것도 이 책의 주요 메시지다.
신정일 선생은 그동안 <다시 쓰는 택리지>, <백두대간>, <우리 땅 걷기 여행> 등 다수의 역사기행서를 집필해온 전문가로, 특히 ‘길 위의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로 평가받는다. 이번 신간은 그가 지난 30여 년간 쌓아온 자료와 사색의 결정체로, 한 권의 책에 담기엔 아까울 만큼 방대한 내용을 품고 있다.

독자들은 <이토록 매혹적인 역사기행 우리역사 55>를 통해, 교과서에서 스쳐지나갔던 장소와 인물들을 새로운 눈으로 만나게 된다. 또한,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싶게 만드는 설렘과 동기를 얻을 수 있다. 출판사는 “이 책이 역사 교육 현장은 물론, 지역 여행의 새로운 가이드북 역할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토록 매혹적인 역사기행 우리역사 55>는 단순한 과거 되짚기가 아니다. 오늘의 우리를 성찰하게 하고, 미래를 내다보게 하는 ‘살아 있는 역사서’다. 역사를 사랑하는 이들은 물론, 한국의 땅과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