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엘하 4장
“그들이 집에 들어가니 이스보셋이 침실에서 침상 위에 누워 있는지라 그를 쳐죽이고 목을 베어 그의 머리를 가지고 밤새도록 아라바 길로 가 헤브론에 이르러 다윗 왕에게 이스보셋의 머리를 드리며 아뢰되”(삼하 4:7-8)
레갑과 바아나는 기대감으로 가슴이 부풀어 있었습니다. 이스보셋의 머리를 다윗 왕에게 얼른 갖다 바치고 싶었습니다. 다윗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것입니다. 다윗이 기뻐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밤새도록 쉬지 않고 헤브론으로 달려갑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그들이 기대했던 것은 상급이었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사형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죽는 순간까지 다윗을 납득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레갑과 바아나가 살아오면서 보아 온 세상은 어떤 곳이었을까요? 권력의 길에는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이 있었고, 그런 대상을 없앤 자는 언제나 칭찬과 보상을 받았습니다. 자기 앞길을 가로막는 자가 사라지는 것을 반기지 않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들이 만나 왔던 모든 사람은 다들 그걸 기뻐했습니다. 다윗도 예외일 리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그 믿음 때문에 그들은 죽고 맙니다.
모든 사람은 저마다 독특한 감옥에 갇혀 살아가는 죄인입니다. 그 감옥은 자신의 감정, 사고방식, 논리, 경험의 총합으로 이루어진 세상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경험이 형성한 세계를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라고 믿습니다. 그렇기에 그 세계 밖에 있는 것은 실재하지 않거나, 틀렸거나, 어리석은 것으로 간주합니다. 또한 다른 사람도 자신과 비슷한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며, 털끝만큼의 의심도 하지 않습니다.
레갑과 바아나는 이 감옥에서 복역하다가 사형을 당한 것입니다. 그들의 세계에서는 이스보셋을 제거하는 일이 곧 정의였고, 성공이며, 의심할 수 없는 진리였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사실 감옥에 투옥된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감옥에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죄인이라는 말은 그런 의미를 지닙니다.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내 경험과 지식의 총합 너머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감옥 바깥으로부터 오는 편지를 읽고 소설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누군가 대신 치른 보석금으로 출소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는 지금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지 질문해 봅니다. 혹시 아주 오래된 감옥은 아닐까요?
잠깐묵상 오디오듣기
https://youtu.be/tg17S_KcKIA?si=C4Olf9QYnKkySYk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