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잠깐묵상] 장엄하지 않은 절정

장막절 축제

민수기 29장

“여덟째 날에는 장엄한 대회로 모일 것이요 아무 일도 하지 말 것이며 번제로 여호와께 향기로운 화제를 드리되 수송아지 한 마리와 숫양 한 마리와 일 년 되고 흠 없는 숫양 일곱 마리를 드릴 것이며”(민 29:35-36)

민수기 29장은 장막절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장막절에 드려야 하는 제물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는데, 제물의 종류와 그 패턴이 흥미롭습니다. 장막절은 총 8일 동안 진행되며, 드려야 하는 제물은 황소, 숫양, 어린양, 그리고 염소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눈여겨볼 제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황소입니다.

다른 제물들은 매일 같은 양이 드려지지만, 황소는 일정한 변화를 보입니다. 첫째 날에는 13마리로 시작해서, 매일 한 마리씩 줄어들다가, 7일째에는 7마리가 됩니다. 그리고 8일째 되는 마지막 날에는 단 1마리만 드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다른 제물들도 마지막 날에는 양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이 마지막 날을 ‘장엄한 대회’(쉐미니 아쩨렛)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장엄한’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려면, 마지막 날에 제물의 양이 가장 많아야 합니다. 처음에는 소량을 드리다가, 절정에서 최대한의 제물을 드리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선에서의 ‘장엄함’입니다. 그런데 장막절의 마지막 날은 그 반대입니다. 제물의 양이 대폭 감소합니다. 장엄한 대회에 장엄함이 없습니다.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희생 제물의 양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결국 예수 그리스도 한 분으로 완성될 제사를 예표하는 것은 아닐까요? 예수님께서는 장막절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자신을 생수의 근원으로 선포하셨습니다(요 7:37-38). 장막절의 마지막 날, 단 한 마리의 황소만 남게 되듯이, 예수님은 구약의 모든 제사를 단번에 영원히 완성할 제물이 되셨습니다(히 10:11-12).

예배의 절정은 무엇일까요? 흔히 우리는 예배의 클라이맥스를 찬양과 기도가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 혹은 온 회중이 대성통곡하며 회개의 물결이 일어나는 때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조명과 영상, 웅장한 음악까지 더해지면 더욱 장엄한 순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성경이 보여주는 예배의 장엄함은 다릅니다. 예수 그리스도 그 자체가 장엄함입니다. 은혜로운 기획, 은혜로운 진행, 은혜로운 찬양, 은혜로운 설교가 아니라, 예수님만이 그 예배에서 은혜로운 분으로 남는 것이 예배의 절정이며 장엄함입니다.

https://youtu.be/db0z7u6ADBA?si=qz7Qpjd3yCM3wthn

석문섭

베이직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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