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잠깐묵상] 내 이름이 없다

목련 <사진 이창현 국민대 교수>

사무엘하 23장

“요압의 아우 아사헬은 삼십 명 중의 하나요”(삼하 23:24)

사무엘하 23장은 명예의 전당입니다. 다윗 왕국을 세우는 데 크게 공헌한 용사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오랜 시간 다윗과 생사를 함께했던 용사들이었습니다. 각자의 활약상과 더불어 영광스러운 이름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광의 목록을 찬찬히 읽다 보면 이상한 공백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당연히 있어야 할 한 사람의 이름이 보이지 않습니다.

바로 요압입니다. 요압은 다윗 왕국의 총사령관이었습니다. 위기 때마다 전면에 나섰고, 다윗의 수많은 승리 뒤에는 늘 요압이 있었습니다. 권력의 실세였고, 다윗의 최측근입니다. 그런 요압의 이름이 없습니다.

더 당황스러운 건 요압과 관련된 사람들은 다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요압의 아우 아비새가 기록되어 있고(18절), 또 다른 형제 아사헬의 이름도 보입니다(24절). 심지어 요압의 부하였던 나하래마저도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37절). 그런데 정작, 요압만 보이지 않습니다.

이 명단은 요압에게 치욕스러운 기록입니다. 그는 늘 다윗과 가까이 지냈지만, 실리와 더 가까웠습니다. 다윗에게 충성하는 것 같았지만, 자기 생각이 더 중요했습니다. 그는 아브넬을 죽였고, 다윗이 살려 두라고 당부했던 압살롬마저 죽였습니다. 요압은 다윗을 위한다고 말했지만, 늘 자신의 판단이 먼저였습니다. 훗날 다윗은 솔로몬에게 이렇게 유언합니다. “요압을 평안히 죽게 하지 말라.” 이것이 요압에 대한 다윗의 평가입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평생을 하나님을 위해 헌신한다고 생각하며 살지만, 생명책에서 내 이름이 빠져 있는 일은 없을까요? 함께 울고 웃었던 동역자들이 다 있는 그 자리에, 나만 없는 일은 없을까요? 그 가능성을 생각하면 등골이 싸늘해집니다.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그 날에 많은 사람이 나더러 이르되 주여 주여 우리가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 하며 주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 내며 주의 이름으로 많은 권능을 행하지 아니하였나이까 하리니 그 때에 내가 그들에게 밝히 말하되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 하리라”(마 7:21-23)

우리 중에 요압 같은 이가 생기지 않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이 요압이 아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함께 걷는 이 길의 끝에서 이름이 함께 불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잠깐묵상 오디오듣기⬇)
https://youtu.be/Zs6lfS73_DM?si=9Yj7SIeT7kCKBa4r

석문섭

베이직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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