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시와 음악] ‘어머니가 웃는다’ 이송우

검정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학예회에서 체르니 삼십 번을 치고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학부모들의 갈채가 쏟아지고
소녀의 부모에 대한 칭송이 이어진다
피아노를 저토록 잘 치고
서예까지 능숙하다는 소녀의

홀쭉해진 어머니가 비로소 웃는다
갑상선 질환을 앓으면서도 병원을 찾지 않고
근무를 하루도 쉬지 않고
교무실까지 찾아온 형사들을 홀로 맞았던
소녀의 어머니

딸의 서예 연습용 신문지를 매일 주워 오고
어려운 살림에도 피아노 강습을 멈추지 않는
딸에게 굳이 더 비싼 드레스를 사 입힌
소녀의 어머니, 주름진 입가가 환하게 펴진다

사람들 사이에서 까치발을 한 채
손 흔드는 어머니를 발견하고
기어코 울음을 터뜨리는 소녀의

어머니가 웃는다

시집 <나는 노란 꽃들을 모릅니다> 중에서

▼ 아시아엔 후원계좌 ▼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후원은 아시아엔과 아시아 저널리즘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됩니다.
우리은행 1005-601-878699 (주식회사 아자미디어앤컬처)

편집국

The AsiaN 편집국입니다.

필자의 다른 기사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본 광고는 Google 애드센스 자동 게재 광고이며, 본 사이트와는 무관합니다.
Back to top 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