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신는 신발이지만 같은 신발만 신는 것은 아니다. 목적에 따라 혹은 가고자 하는 장소의 성격에 따라 그리고 입고 있는 옷에 따라서도 신어야 할 신발은 달라진다. 물론 그 신발들이 유행을 따르거나 값비쌀 필요까지는 없다.
운동을 하려고 나설 때 구두를 신지는 않는다. 정장을 입고 가야하는 장소에 운동화를 신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어색하다. 집 주변을 다녀오는 정도라면 슬리퍼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거리가 멀거나 추운 날씨라면 그에 맞는 신발을 신게 된다.
이렇게 보면 살면서 적어도 몇 가지 종류의 신발은 갖추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먼저 갖춰야 할 신발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신발이다. 대표적으로는 운동화가 될 것이다. 이른 아침에 공원이나 운동장 혹은 러닝머신 위를 달리거나 각종 운동을 하기에 적합한 신발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다는 말을 떠올려보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갖춰야 하는 신발이기도 하다.
다음으로는 자신의 일을 하는데 적합한 신발이다. 구두도 될 수 있고 안전화가 될 수도 있으며 군화 등과 같은 신발도 포함된다. 이와 같은 신발은, 신을 때 혹은 신발의 끈을 묶으면서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신어야 할 수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그 일을 하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하거나 최적화된 신발이 많다.
아울러 새로운 길을 걷고자 할 때 필요한 신발도 있다. 만일 지금까지 평지를 걸어왔는데 앞으로 산길을 걸어야 한다면 아무래도 구두보다는 등산화가 유용할 것이다. 물론 새로운 길이 포장되지 않은 길이나 오르막길 등과 같은 물리적인 길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신발은 반드시 눈에 보이는 유형의 신발일 필요도 없다. 창의라는 신발일 수도 있고 변화라는 신발일 수도 있다.
이미 이와 같은 신발들이 있다면 이제 유심히 살펴봐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신발의 바닥이다. 신발의 바닥을 보면 자신이 그 신발을 얼마나 많이 신고 다녔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많이 신으면 신을수록 바닥은 닳아 있을 것이고 그만큼 그 신발을 신고 해야 할 일들을 많이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가 그동안 어떤 일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역으로 보유한지 오랜 시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발의 바닥부분이 멀쩡하다면 거꾸로 해석해 볼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생각만 하지 말고 발로 뛰라는 말이 자기 자신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따라서 앞서 예로 든 신발들은 신발장이나 마음의 한 구석에 고이 모셔놓을 것이 아니라 자주 꺼내어 신고 다녀야 한다.
신고 있는 신발이나 신으려는 신발을 보면 그 사람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혹은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에 대해 나름대로의 추정을 해 볼 수 있다.
오늘 당신은 어떤 신발을 신고 다녔는가? 신었어야 하는 신발이 맞는가? 그 신발은 어디로 향하는 신발이며 무엇을 하려고 신은 신발인가? 내일 그리고 그 다음에 신을 신발은 준비되어 있는가? 신발은 당신의 발을 감싸주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