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판 영화 ‘감기’···노동자 수십만명 뉴델리 탈출

정부의 ‘국가봉쇄령’에도 수도 뉴델리의 일부 지역은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근로자 수십만명이 뒤섞여 아수라장이 됐고, 확진자 수는 하루 최다 발생 기록을 경신했다.
인도 언론에 따르면 지난 며칠간 뉴델리 안팎 시외버스 정류장들과 주 경계 및 고속도로 등에는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지방 출신 근로자 수십만명이 몰렸다.

이들 대부분은 건설 현장을 찾아 떠돌던 일용직 근로자와 그 가족들로 수백㎞ 떨어진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봉쇄령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당장 생계를 꾸리기 어렵게 되자 차라리 귀향을 결정한 것이다.
걸어서 고향을 가려는 이들은 주 경계와 도로로 몰렸다. 도롯가로 걷다가 교통사고로 숨진 이도 속출했고 걷다 지쳐 사망한 이도 나왔다.
그 외 수만명은 각 주에서 마련해준 귀향 버스를 타겠다며 뉴델리와 인근 도시의 시외버스정류장 등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정부가 거듭 강조한 ‘사회적 거리 두기’는 완전히 무시된 셈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도 상당수였다.
특히 이들은 밀폐된 버스에서 밀집된 상태로 귀향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광범위하게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일용직 근로자의 고향행 행렬은 뉴델리뿐 아니라 다른 여러 대도시에도 발생하고 있다.
일단 우타르프라데시, 비하르 등 귀향 근로자를 맞는 주들은 이들을 14일간 격리해 바이러스 확산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NDTV는 “인도에서 하루 동안 발생한 확진자 수로는 가장 많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25일부터 21일간 발동된 봉쇄 기간에는 학교, 교통 서비스, 산업시설을 모두 폐쇄하고 주민 외출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식품점, 은행, 병원, 주유소 등 생활 필수 시설 운영과 이와 관련한 외출·배달만 허용된다.
한편,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인도는 확진자 수 급증에 대비해 운행이 중단된 열차 차량 일부를 격리 시설로 이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