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사회칼럼

[발행인 칼럼]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 인맥의 시대를 넘어 ‘시대교체’로

AI 혁명과 산업 대전환의 시대, 차기 회장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본관. 2027년 2월 회장 선거를 앞두고 중소기업계의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AI 혁명과 산업 대전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차기 회장에게는 현장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미래 산업을 이끌 역량이 요구된다. 이번 선거가 기존의 인맥과 이해관계를 넘어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하는 시대교체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연합뉴스

AI 혁명과 산업 대전환의 시대, 차기 회장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2027년 2월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전·현직 간부를 비롯해 여러 인물이 거론되고 있다. 누가 출마하고 누가 당선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중소기업의 다음 10년을 이끌 ‘시대교체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중앙회의 폐쇄적인 선거구조와 낡은 선거풍토가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후보의 역량과 정책 비전보다 친분 관계와 조합·지역 간 이해관계가 앞서고, 파벌과 카르텔, 금권과 향응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러한 문제를 구성원들이 인식하면서도 스스로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면 더욱 심각한 일이다.

따라서 유권자부터 후보 선택의 기준을 친분과 이해관계가 아닌 시대교체 리더십으로 바꿔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선거혁명의 출발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단순한 경제단체가 아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통산업과 첨단산업을 아우르는 중소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이다. 회장이 누구냐에 따라 중소기업 정책의 방향과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의 생산·유통·고용구조를 바꾸는 지금, 차기 회장의 역할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1월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나타난 변화는 참고할 만하다. 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출신 유승민 후보는 3선에 도전한 이기흥 회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당시 유승민은 417표, 이기흥은 379표를 얻었다. 유승민의 당선을 단순한 세대교체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선수 경험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과 대한탁구협회장 경력을 더한 그에게 체육계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는 표심이 모였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다. 젊다고 반드시 새로운 것은 아니며, 나이가 많다고 변화를 이끌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세대교체의 본질은 사람의 출생연도가 아니라 조직을 바라보는 관점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변화에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인물의 교체 못지않게 시대에 걸맞은 리더십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첫째, 차기 회장은 AI를 홍보하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이해하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대기업들은 이미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AI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상당수 중소기업에는 전문인력도, 데이터도, 투자 여력도 충분하지 않다. 이 격차가 벌어지면 기업 규모에 따른 생산성 차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해야 할 일은 추상적인 혁신 구호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공장에서는 불량률을 어떻게 낮출 것인가. 영세 유통업체에서는 재고와 물류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직원 몇 명으로 운영하는 기업에서는 AI를 이용해 행정업무와 해외 영업의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 것인가.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둘째, 기술을 이해하는 능력 못지않게 중소기업의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겪는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인력난과 자금난, 원자재 가격 변동, 납품단가 문제, 각종 규제와 불공정 거래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AI를 아무리 잘 알아도 이러한 문제를 외면한다면 중앙회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어렵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전통 제조업의 경험과 새로운 기술을 결합하는 능력이다. 수십 년간 현장을 지켜온 경영자의 경험에는 교과서나 데이터만으로 얻기 어려운 지혜가 있다. 새 지도자는 그 경험을 존중하면서 미래 산업과 연결해야 한다.

셋째, 정부에 요구하는 지도자를 넘어 정책을 설계하고 실현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규제 개선을 건의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역할은 앞으로도 중요하다. 다만 정부가 무엇을 해줄 것인가만 묻기보다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어떤 공동 인프라를 구축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업종별 공동 AI 플랫폼, 협동조합 간 데이터 활용, 해외시장 정보 공유, 중소기업 인력 재교육 등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중앙회가 공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힐수록 개별 중소기업의 부담도 줄어든다. 정부와의 협상력은 단순히 목소리의 크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요구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에서 나온다.

넷째, 협동조합의 대표성과 개방성을 함께 높여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는 약 600명의 협동조합 및 관련 단체 대표들이 참여하는 간접선거다. 선거인 수가 제한돼 있다고 해서 회장의 책임까지 그 범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중앙회와 직접 연결되지 않은 수많은 중소기업과 창업기업, 지역 기업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중앙회장은 특정 업종이나 친분 관계를 대표하는 자리가 아니다. 의견이 다른 조합들 사이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과 사업 성과를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권위보다 신뢰, 독점보다 참여가 중요한 시대다.

다섯째, 중소기업을 국내 보호의 대상만이 아니라 세계시장의 주체로 바라보는 국제적 안목이 요구된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탄소규제, 통상장벽 확대는 중소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은 더 이상 일부 수출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시장에 집중해 온 기업조차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외국의 산업정책에서 자유롭지 않다.

차기 회장은 세계경제의 흐름을 읽고 정부·대기업·해외 경제단체와 실질적으로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각자 감당하기 어려운 국제적 위험을 공동의 정보와 협상력으로 줄이는 역할도 중앙회의 몫이다.

여섯째, 경영 성과와 조직 통합 능력을 함께 갖춰야 한다.

기업 하나를 성공적으로 경영한 경험과 다양한 업종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경제단체 운영 능력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차기 회장에게 요구되는 것은 어느 한 분야에서의 성공 경험만이 아니다. 전통 제조업과 첨단산업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전국의 협동조합을 아우르며, 정부와 대등하게 협력할 수 있는 역량이다.

특히 미래 산업에 대한 통찰력과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실천력을 함께 갖추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직함이나 인맥만이 아니다. 구성원들이 지도자의 판단을 신뢰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도록 만드는 능력이다.

대한민국 중소기업은 산업화와 수출경제를 떠받쳐 온 중요한 기반이다. 하지만 과거의 성공 경험만으로 미래의 경쟁력을 보장받을 수는 없다. AI와 로봇, 디지털 경제의 변화는 중소기업에도 새로운 기회이자 커다란 도전이다.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인력구조 변화까지 고려하면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은 앞으로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2027년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는 특정 인물의 승패를 넘어 한국 중소기업의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경험을 존중하되 변화에 눈감지 않고, 기술을 이해하되 사람을 놓치지 않으며, 정부에 요구하되 스스로 해결할 역량도 키우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은 배울 수 있지만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얻어지지 않는다. 현장을 오래 지켜온 경험은 소중하지만 그 경험이 변화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져서도 안 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필요한 리더십은 이 두 가지를 하나로 묶는 데서 출발한다.

이제 물어야 할 것은 누가 회장이 될 것인가만이 아니다. 누가 중소기업의 오늘을 이해하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가다.

중소기업중앙회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니다. 시대의 변화를 읽고 그 변화에 책임지는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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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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