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50만명 방문에도 목표 미달·수익 부진·사업비 증가…성과·한계 냉정히 평가를
- 공무원과 시민의 헌신은 격려하되 정책 결정과 예산 집행의 책임은 분명히
- 시설 활용부터 주민의 삶까지…실패를 다음 성공의 자산으로 바꿀 100일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가 11월 4일 막을 내렸다. 61일 동안 이어진 세계 최초의 섬 주제 국제행사였다. 여수는 세계를 향해 섬의 미래를 이야기했고, 수많은 공무원과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행사장을 지켰다. 그 노고를 먼저 인정한다.
그러나 수고했다는 말과 성공했다는 평가는 다르다. 폐막 전날까지 방문객은 250만여 명으로 목표 300만 명의 83% 수준이었다. 입장권 수입도 당초 목표 96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국제행사 승인 당시 248억원이었던 직접 사업비는 723억원대로 늘었고, 연계사업까지 포함한 사업 규모는 1800억원을 넘어섰다. 이 숫자만으로 모든 성과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숫자를 외면하고 성공을 선언해서도 안 된다.
250만 명의 숫자 뒤에 무엇이 있는가
박람회의 성과는 방문객 숫자만으로 측정할 수 없다. 유료 관람객은 몇 명이고 무료 입장객은 얼마나 되는가. 관람객들은 여수에서 숙박하고 식사하며 지역경제에 얼마나 기여했는가.
지역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람회 기간 여수의 하루 평균 관광객은 최근 3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3% 이상 감소했고, 숙박 소비도 약 24% 줄었다. 다른 경제적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박람회가 감소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대했던 관광 특수가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은 분석해야 한다.
개막 초기에는 미완성 시설과 콘텐츠 부족, 음식 가격, 공연 수준을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조직위원회는 뒤늦게 프로그램을 보강하고 관람환경을 개선했다.
왜 개막 전에 해결하지 못했는가. 사업비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누가 어떤 결정을 내렸으며, 추가 비용의 근거는 무엇이었는가. 준비 과정의 문제를 명확히 규명해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섬 주민들에게 무엇이 남았는가
이번 박람회의 주제는 ‘섬, 바다와 미래를 잇다’였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평가자는 행사에 참석한 정치인이나 전문가가 아니라 실제 섬에 살아가는 주민이어야 한다.
박람회를 통해 섬 주민의 교통과 의료, 교육과 생활환경은 얼마나 개선됐는가. 섬의 생산품과 관광자원은 새로운 시장을 확보했는가. 청년들이 섬에서 살아갈 기회는 늘어났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세계적인 섬 행사를 개최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섬 주민들은 행사장의 장식이나 홍보영상 속 주인공이 아니라 정책의 중심이어야 한다. 여수시는 주민들의 평가를 별도로 듣고, 박람회가 남긴 성과를 섬별로 점검해야 한다. ‘여수 섬 선언문’ 역시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섬의 보전과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실행계획으로 이어져야 한다.
남겨진 시설, 자산인가 부담인가
박람회가 끝난 뒤 가장 무거운 문제 가운데 하나는 시설이다. 주제섬과 섬테마존, 개도의 섬어촌문화센터 등은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시설을 남기는 것 자체가 성과는 아니다. 이용객과 운영 프로그램, 유지관리 재원이 없다면 시설은 지방재정의 부담이 된다.
여수시는 시설별 운영비와 예상 수입, 관리 주체를 공개해야 한다. 시민공원이나 체험시설로 활용하더라도 실제 수요를 검증해야 하며, 활용 가치가 낮다면 용도 변경이나 철거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미 투자한 돈이 아깝다는 이유로 계속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더 큰 낭비를 부를 수 있다. 시설 운영권을 둘러싼 특혜 시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정 절차와 계약조건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공무원은 격려하고, 책임은 분명히 해야
실패 원인을 분석할 때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현장에서 밤낮없이 일한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 그리고 정책을 결정하고 예산을 승인한 책임자들의 판단은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
실무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 잘한 일은 격려하고 성과는 정당하게 인정해야 한다. 반면 근거 없는 낙관적 전망을 제시하거나 문제를 알고도 방치한 책임이 확인된다면 직위에 관계없이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
특히 지금 현장 공무원들의 경험과 증언을 기록해야 한다. 어떤 문제가 있었고, 어떤 개선안이 채택되거나 묵살됐는지 알아야 한다. 실패를 숨기는 조직에서는 다음 실패가 반복된다.
지방의회와 언론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의회는 예산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감시했는가. 지역언론과 중앙언론은 기대 효과와 준비 상황을 독립적으로 검증했는가. 행사를 앞두고 성공을 기원하는 데만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았는가.
이제 의회와 언론은 계약서와 예산서, 회의록, 시설 운영계획을 들여다봐야 한다. 정치적 공방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을 밝히고 제도를 개선하는 일이다.
폐막 후 100일이 더 중요하다
행사가 끝난 지금이 오히려 중요한 시기다. 시간이 지나면 조직은 해산하고 담당자는 이동하며 자료와 기억은 흩어진다. 정부와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 조직위원회는 독립적인 사후평가에 착수해야 한다. 회계와 관광, 도시계획 전문가뿐 아니라 시민과 섬 주민이 참여해야 한다.
첫 30일에는 사업비와 계약, 유료·무료 관람객, 입장권 수입, 미지급금 등 기초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60일 이내에는 지역경제 효과와 운영상의 문제를 분석하고 시설별 활용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100일 이내에는 평가보고서를 공개하고 시민 설명회를 열어야 한다.
평가보고서에는 책임 소재뿐 아니라 개선 과제별 담당 기관과 이행 시한도 명시해야 한다. 1년 뒤에는 실제로 무엇이 달라졌는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
향후 유사한 국제행사를 유치할 때는 방문객과 경제효과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기보다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사업비가 크게 증가하면 재심사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사후 활용계획이 불분명한 시설은 처음부터 건립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능력 못지않게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책임 있게 마무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실패를 인정할 용기가 다음 성공을 만든다
여수세계섬박람회의 모든 것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세계의 섬을 하나의 의제로 모았고, 섬의 문화와 생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생각할 기회를 제공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행사를 마무리한 공무원과 시민들의 노력도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기대에 못 미친 부분은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국제적 관심을 모았다는 이유로 재정과 운영상의 문제를 덮을 수는 없다. 여수는 이미 2012년 세계박람회를 치른 도시다. 그 경험을 축적하고도 비슷한 문제가 되풀이됐다면 더욱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진짜 실패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일이 아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다.
폐막식에서 박수받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불이 꺼진 행사장에 남아 시설을 관리하고, 비용을 정산하고, 주민들의 불만을 듣고, 실패의 원인을 기록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 이제 그 일을 해야 한다.
여수세계섬박람회의 마지막 성적표는 11월 4일에 나온 것이 아니다. 앞으로 시설이 어떻게 쓰이고, 섬 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나아지며, 다음 국제행사에서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축제는 끝났다. 그러나 시민의 세금에 대한 책임은 끝나지 않았다. 여수가 진정한 세계적인 해양도시로 성장하고 싶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축제가 아니라 하나의 정직한 결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