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7년 7월 16일부터 22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제29차 국제측지학·지구물리학연맹(IUGG) 총회가 열린다. 지구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행사다. 해양과 대기, 지진과 화산, 기후변화와 지구 내부 구조 등 지구를 이해하는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 대회의 국내 조직위원장을 맡은 사람은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 교수다.
최근 대회 준비회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들었다. 내년 7월 개최까지 남은 시간은 9개월. 행사 규모에 비해 준비해야 할 일은 많았다. 예산과 후원, 해외 참가자 유치, 숙박과 교통, 학술 프로그램,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조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였다.
회의에서는 80여 개국에서 5000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목표이자 예상치로, 실제 참가 규모는 국제정세와 연구자들의 재정 여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교수는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을 한국으로 불러 모으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참가를 확대하고, 미국과 유럽 연구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대회를 알리는 일이 중요했다. 특히 학계의 미래를 이끌 젊은 과학자들의 참여를 늘리는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행정과 재정, 성공적 개최의 열쇠
회의 중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행정과 재정 문제에 대한 세심한 점검이었다. 국제학술대회를 유치하는 것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학술 프로그램이 아무리 훌륭해도 참가자들이 머물 숙소와 이동 수단, 전시 공간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조직위원회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각 위원회의 역할과 의사결정 구조를 명확히 하고, 관련 기관의 예산 편성 일정에 맞춰 지원 요청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후원을 받을 수 있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지원 의사가 있어도 실제 예산으로 연결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삿포로 이후 24년 만에 한국서…젊은 과학자들에게 열리는 기회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젊은 연구자들의 참여다.
국제학술대회는 이미 명성을 얻은 학자들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박사과정 학생과 신진 연구자들이 세계적인 석학을 만나고 자신의 연구를 발표하는 성장의 장이기도 하다. 참가비와 숙박비 부담을 줄여 다양한 나라의 젊은 과학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학술대회의 미래를 위한 투자다.
2027년 인천 총회는 2003년 일본 삿포로 총회 이후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IUGG 총회라는 특별한 의미도 지닌다. 24년 만에 아시아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아시아 연구자들이 세계 지구과학계와 교류를 확대하고 새로운 연구 협력망을 구축할 기회다.
세계 지구과학자들이 모이는 인천…국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나는 회의에서 대통령의 개막식 참석 문제도 거론했다. 국가 차원에서 이 대회를 어떻게 인식하고 지원할 것인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 참석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 과학자들이 모이는 국제행사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실질적으로 협력하느냐다.
과학은 국가의 경계를 넘지만, 과학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일에는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 따른다.
특히 기후위기와 자연재해, 해양환경 변화는 어느 한 나라의 연구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관측 자료를 공유하고 연구 성과를 연결하며 공동 대응 방안을 찾는 국제협력이 필수적이다. 세계의 과학자들이 인천에 모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이 교수와 조직위원회에 국내외 언론을 통한 홍보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대회가 왜 중요한지, 어떤 연구자들이 참여하는지,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어떤 기회가 주어지는지를 꾸준히 알릴 필요가 있다.
국제학술대회의 성공을 참가자 숫자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어떤 과학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어떤 협력이 시작되며, 대회를 통해 한국 과학계에 무엇이 남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상묵 교수와 동료 과학자들은 지금 그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2027년 여름 인천에서 세계의 지구과학자들이 만난다. 그 만남이 일회성 행사를 넘어 한국과 아시아의 과학 발전에 오래 남을 자산이 되기를 기대한다.
세계 과학자들을 불러 모으는 일은 과학자들만의 일이 아니다. 그들이 연구하고 교류하며 다음 세대를 키울 수 있도록 국가와 기업, 대학과 언론이 함께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국제학술대회는 그 이름에 걸맞은 성과를 남길 것이다.
2027년 인천이 그런 만남의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그 약속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언론도 제 몫을 다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