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시흥시 월곶동 풍림1차아이원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위탁관리업체 사이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엔은 주민대표의 권한, 외벽 도색공사, 장기수선충당금과 관리소장 교체 논란 등을 네 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이번 5회에서는 위탁관리업체 에이비엠의 관리 책임과 시흥시의 행정감독 문제를 살펴본다. <편집자>
경기도 시흥시 월곶동 풍림1차아이원아파트의 갈등은 이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관리사무소장 사이의 문제를 넘어섰다. 관리소장이 소속된 위탁관리업체 에이비엠은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가. 주민의 민원과 감사 요청을 받은 시흥시는 어디까지 조사하고 감독해야 하는가.
2560세대가 거주하는 이 아파트에서는 지난해부터 대표회의 운영과 자료 열람, 회장 당선무효 및 해임, 외벽 도색공사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이어졌다.
배정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대표회의 활동과 자료 접근에 제약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진현기 관리사무소장은 절차를 지키지 않은 회의에 한해 회의실 사용을 제한했으며, 자료 요청 15차례에 모두 응했다고 반박했다.
약 9억원 규모의 외벽 도색공사와 관련해서도 양측의 입장이 엇갈렸다. 2025년 10월 31일 두 사람이 나눈 대화에는 공사업체의 이른바 ‘인사’와 배 회장의 개인 변호사 비용을 연결하는 내용이 등장했다. 진 소장은 아시아엔에 보낸 답변서에서 그러한 대화가 오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특정 업체를 추천하거나 금품을 제안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당시 도색공사는 시행되지 않았고 시공업체도 선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배 회장은 이 대화 등을 문제 삼아 에이비엠에 관리소장 교체를 요청했다. 그러나 10월 3일 아시아엔의 4회 보도 당시까지 교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관리소장 교체 요구, 누가 결정하고 책임지나
공동주택에서 관리소장과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관계는 단순한 상하관계가 아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주민이 선출한 대표들로 구성된 의결기구다. 관리사무소는 법령과 관리규약, 대표회의의 적법한 의결에 따라 관리업무를 수행한다. 위탁관리 방식에서는 관리소장을 배치한 주택관리업자의 역할과 책임도 중요하다.
배 회장이 관리소장 교체를 요구했다고 해서 곧바로 교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회장 개인의 요구인지, 입주자대표회의의 적법한 의결을 거친 요구인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위탁관리계약의 내용과 관련 법령도 살펴야 한다.
그러나 교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위탁관리업체의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민원이 제기되었다면 어떤 내용을 확인했는가. 관련 녹취와 문서, 당사자들의 설명을 검토했는가. 관리소장의 업무 수행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그러한 판단을 주민대표와 입주민에게 설명했는가.
에이비엠이 답해야 할 질문들이다.
진 소장은 아시아엔에 보낸 답변서에서 에이비엠과의 위탁관리계약이 2026년 11월 30일 만료된다고 밝혔다. 남은 기간 업무를 수행한 뒤 인수인계를 마치고 단지를 떠날 예정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계약 만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그 기간 관리업무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새로운 관리주체가 정해질 경우 필요한 자료가 제대로 인계되는지가 중요하다.
장기수선충당금 회계자료와 공사계약서, 입찰 관련 문서, 각종 의결사항은 특정 관리소장이나 업체의 것이 아니다. 주민 공동재산의 관리에 관한 기록이다.

시흥시청에 접수된 감사 청원
배 회장은 2026년 8월 27일 시흥시청 민원실에 에이비엠과 관리사무소장에 대한 행정처분 촉구 및 특정감사 청원서를 접수했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 사이의 갈등을 행정기관의 감독 영역으로 가져간 것이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지방자치단체에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일정한 감독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법령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조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민 사이의 모든 갈등을 해결하거나 입주자대표회의의 일상적인 의사결정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시흥시가 무엇을 조사했고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가 중요하다. 배 회장이 제출한 청원서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은 무엇인가. 시흥시는 해당 청원을 어떻게 처리했는가. 특정감사를 실시했는가. 실시했다면 어떤 사항이 확인됐고, 시정명령이나 행정처분이 내려졌는가.
현재까지 확보된 자료만으로는 시흥시의 최종 감사 결과와 후속 조치 전반을 확인하기 어렵다. 관계기관의 공식적인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감사보다 중요한 것은 사후관리
공동주택 관리에서 행정감독의 목적은 잘못을 지적하는 데만 있지 않다. 문제가 확인되면 바로잡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회계자료 관리나 입찰 절차에서 법령 위반이 확인됐다면 필요한 시정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관리규약과 법령 해석을 둘러싼 다툼이라면 그 기준을 명확히 안내할 필요가 있다.
시정명령이 내려진 경우에도 이를 실제로 이행했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감사 결과 위법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그 사실과 판단 근거 역시 이해관계자들에게 분명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감사 결과가 어느 한쪽의 주장에 이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문제는 풍림1차만의 일이 아니다.
전문적인 법률·회계 지식이 부족한 일반 주민들이 관리업무의 적법성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주민대표 역시 생업을 유지하면서 복잡한 계약과 관리규약, 공사 관련 서류를 검토해야 한다. 공동주택 관리에 관한 지방자치단체의 감독 권한이 존재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여기에 있다.
위탁관리업체가 바뀌면 문제가 끝나는가
풍림1차의 위탁관리계약은 오는 11월 30일 만료될 예정이다. 그러나 계약이 끝나고 관리소장이 바뀐다고 해서 그동안 제기된 문제까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관리주체가 업무를 이어받더라도 과거 공사와 회계, 주민 민원, 미결 의결사항 등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관리업체는 계약상 의무에 따라 관련 자료를 인계하고, 새로운 관리주체는 이를 확인해야 한다. 입주자대표회의 역시 인수인계 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주민이 부담한 장기수선충당금의 적립·사용 내역, 진행 중인 공사와 계약관계, 미결 민원 등은 관리주체가 바뀌더라도 지속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관리업체의 교체는 하나의 행정적 절차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주민의 권리와 공동재산에 관한 관리 책임이 끊기지 않는 것이다.
풍림1차 갈등에서 드러난 질문은 분명하다. 주민이 선출한 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면 누가 중재하는가. 위탁관리업체는 소속 관리자의 업무를 어떻게 감독하는가. 지방자치단체는 어떤 기준으로 조사하고, 필요한 시정조치가 이행되는지 어떻게 확인하는가.
관리소장 한 사람을 교체하느냐의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책임의 구조다. 좋은 관리소장과 좋은 회장이 만나면 아파트 운영이 원활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이 갈등하면 주민의 돈과 권리까지 불안정해지는 구조여서는 안 된다.
주민자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관리 책임과 공적 감독도 함께 작동해야 한다. 월곶 풍림1차에서 이제 확인해야 할 것은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누가 자신의 책임을 다했느냐는 것이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