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의 의학과 삶] 유리병 속의 새…3년 묵은 유리 조각을 꺼내며

오늘 오전, 스물한 살 상병이 왼손에 박힌 유리 조각 때문에 진료실을 찾아왔다.
고등학생이던 3년 전, 주먹으로 유리창을 쳤다고 했다. 창이 깨지면서 여러 조각이 손에 박혔다. 지역 대학병원에서 전신마취하에 손목에 제법 큰 절개를 가해 대부분을 제거했지만, 하나가 남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조각은 왼손 새끼손가락 쪽 손목을 가끔 아프게 했고, 때로는 고름도 나왔다. 그 부위의 피부는 붉게 솟아 있었다.
방사선 사진에는 깊지 않은 곳에 유리 조각 하나가 희미하게 보였다. 부대가 양평에 있으니, 여기까지 온 김에 제거해 주고 싶었다.
외래 처치실에서 봉합 세트를 풀었다. 국소마취를 하고 수술칼로 5mm 정도의 작은 절개를 냈다. 바로 그곳에 유리가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절개가 너무 작았는지 핀셋을 넣어 이리저리 훑어도 찾을 수 없었다.
외래 간호사가 물었다. “초음파가 필요하지 않으세요?”
솔직히 이런 작은 유리를 초음파로 찾아본 경험이 없었다. 괜찮을 것이라고 대답하고 대신 큐렛을 달라고 했다. 홈이 파인 기구로 상처 안을 훑었지만 걸리는 것이 없었다. 국소마취가 풀리려는지 환자는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압박한 뒤 탄력붕대로 감았다. “수술실에서 조금 더 절개하고 찾아야겠어요. 방을 알아볼 테니 점심 먹고 다시 와요.”
다행히 빈 수술실이 있었다.
이번에는 지혈대를 준비했다. 출혈을 줄여 시야를 확보한 뒤, 처음 절개한 곳을 앞뒤로 각각 5mm씩 더 열었다. 납 앞치마를 입고 이동식 C-arm으로 방사선 사진을 찍어 가며 길을 찾았다.
사진에서 유리가 보이는 방향으로 가위를 넣었다. 그러나 눈에 들어오는 것은 힘줄이었다. 돌기처럼 만져지는 것이 있어 이물육아종인가 싶어 접근하면 뼈의 끝이었다.
수술대 곁에는 인턴 의사와 소독간호사, 순환간호사가 있었다. 모두 수술 시야를 바라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시선을 의식할 겨를이 없었다. 좁은 절개창 안을 들여다보는 일에 온 정신이 쏠려 있었다.
환자는 통증 때문인지 조금씩 움직였다. 이제 그만두어야 할까. 마취제를 더 투여하고 조금 더 찾아야 할까.
나는 절개창 안으로 집게손가락을 넣었다. 뾰족한 물체의 끝이 고무장갑을 사이에 두고 손끝에 전해졌다. 놓칠 수 없었다. 엄지와 집게손가락 끝으로 그것을 눌러 붙들었다.
“벌리개를 모두 빼세요.”
수술 시야를 확보하려고 벌려 놓았던 기구들을 제거했다. 손끝에 잡힌 물체가 다시 움직이는 듯했다.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끌어냈다.
마침내 나왔다.
“나왔다!”
남전 선사처럼 나도 자랑스럽게 외쳤다. 수술실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유리 조각으로 모였다. 길이 7mm, 폭 4mm의 가느다란 유리 조각이었다.
“빨리 찾으셔서 다행이에요.”
간호사들이 말했다. 나도 웃으며 대답했을 것이다. 그러나 등에는 진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던 순간이 불과 얼마 전이었다. 그 마음을 들킬까 봐 간호사들을 쳐다보지 못했다.
지혈한 뒤 층별로 봉합했다. 수술이 끝나자 환자가 유리를 보고 싶다고 했다. 3년이나 몸속에 지니고 있었으니 가져가고 싶다고도 했다. 하지만 인체에서 제거한 물질은 규정상 환자에게 그대로 건네줄 수 없었다.
수술기록지를 작성하고 수술 후 투약을 처방했다. 그러다 문득 선불교의 공안 하나가 떠올랐다.
‘유리병 속의 새.’
당나라의 남전보원 선사와 육긍대부의 문답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다. 병 속에 들어간 새가 자라서 병보다 커졌다. 병을 깨뜨리지 않고 새를 꺼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의대 졸업 후 43년, 성형외과 전문의가 된 지 35년이 지났다. 그동안 수없이 환자의 몸에 칼을 댔다. 성형외과 의사에게 최소한의 절개로 병변을 제거하고 흉터를 줄이는 일은 오래된 과제다. 크게 열면 찾기 쉽지만 흉터가 커질 수 있다. 작게 열면 흉터는 줄일 수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을 찾아 들어가는 일은 어려워진다.
그런데도 남의 몸에 칼을 대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오늘 나는 처음 생각했던 작은 절개로 유리를 꺼내지 못했다. 수술실로 옮겨 절개를 조금 더 넓혔고, 방사선 사진을 보며 찾아 들어갔다. 마지막에는 손끝에 전해진 감촉이 길을 알려 주었다.
유리를 꺼낸 뒤에는 자랑스럽게 “나왔다”고 외쳤다. 그러나 그 외침 직전까지 포기할까 고민했다는 사실은 감추고 싶었다.
병을 깨뜨리지 않고 새를 꺼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직 나는 그 공안의 답을 모른다. 다만 오늘 손목 속의 유리 조각 하나를 꺼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