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의 사람 읽기] 군사전문기자 출신 유용원 의원, 30년 국방 한 우물

나는 유용원을 한 분야를 오래 파고든 사람으로 본다.
그를 가까이에서 처음 본 것은 1993년 초다. 나는 그해 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한겨레신문 기자로 국방부를 출입했다. 유용원도 당시 조선일보 국방부 출입기자였다. 기자실에서 함께 브리핑을 듣고, 군 관계자들을 만나고, 취재 현장을 오갔다.
30년도 훨씬 지난 일이지만 그때부터 한 가지는 분명했다. 유용원은 보통의 국방부 기자와 달랐다.
기자가 어떤 부처를 맡으면 그 분야를 공부한다. 국방부 출입기자라면 군 편제와 북한군, 한미동맹, 무기체계를 익히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유용원은 국방부 기자가 된 뒤 군사 문제를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이 아니었다.
대학 시절부터 무기체계에 깊이 빠져 있었다. 비행기와 전차, 미사일과 함정의 이름뿐 아니라 성능과 제원, 각국 무기의 차이를 파고들었다. 취재를 위해 전문성을 갖춘 것이 아니라, 오래 쌓아온 전문성 위에 기자라는 직업을 올려놓은 셈이다.
1993년 국방부 출입기자로 시작해 30년 넘게 한 분야를 지켰다. 2013년에는 국방부 출입 20년을 맞아 당시 국방장관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한국 언론에서 ‘군사전문기자’라는 영역을 개척한 대표적 기자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는 같은 시기 그를 지켜봤기 때문에 그 전문성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브리핑에서 새로운 장비가 등장하면 발표 내용을 받아 적는 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실제 성능은 어떤지, 다른 나라 장비와 비교하면 어떤지, 전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한 단계 더 들어갔다. 국방 취재에서는 바로 그 한 단계가 중요하다.
그 축적의 상징 가운데 하나가 2001년 시작한 ‘유용원의 군사세계’다. 2008년 이미 누적 방문자 1억명을 돌파했고, 개설 20주년인 2021년에는 4억1000만명을 넘어섰다. 군사라는 전문 분야의 사이트가 이 정도 독자를 모았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한 분야를 파고들었는지를 보여준다.
그가 2024년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갔을 때 내가 관심을 가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치인이 한 분야를 오래 공부하는 경우는 있어도, 한 분야를 30년 넘게 현장에서 취재한 사람이 정치인이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지금 국민의힘은 야당이다. 야당 의원의 중요한 역할은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과 안보 분야에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 정책이 잘못됐다면 정확하게 짚고, 옳다면 정파를 넘어 힘을 보태며, 더 좋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유용원 의원에게는 그렇게 할 만한 전문적 자산이 있다.

나는 특히 지난해 그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눈여겨봤다. 2025년 2월 그는 보좌진 한 명과 함께 폴란드를 거쳐 키이우로 향했다. 우크라이나 의회와 얄타유럽전략 특별회의 초청을 받아 이루어진 방문이었다. 그는 당시 러시아에 파병돼 실전 경험을 쌓고 있는 북한군을 우리 군이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을 책상에서 분석하는 것과 현장에서 보는 것은 다르다.
드론이 전차를 공격하고, 인공지능과 위성정보가 전장을 바꾸며, 값싼 무인기가 고가의 무기체계를 무력화시키는 시대다. 북한군까지 그 전쟁에 투입됐다. 국방을 평생 취재한 사람이 직접 현장으로 향한 것은 기자 시절 몸에 밴 ‘현장을 확인하는 습관’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유 의원은 올해 다시 우크라이나를 찾았다. 이번에는 북한군 포로들의 한국행 문제가 중요한 이유였다. 대한민국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군 포로들이 다시 북한이나 러시아로 보내질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며 현지 정부와 의회 관계자들을 만났다.
나는 이 대목도 눈여겨본다. 무기와 전략을 평생 다룬 군사전문가가 이제는 전쟁터에 내몰린 한 인간의 운명까지 들여다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는 유용원 의원의 모든 정치적 주장에 동의하기 때문에 그를 응원하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평생 한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성이 국회에서 제대로 쓰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 국회에는 정치에 능한 사람은 많다. 그러나 특정 분야를 30년 이상 현장에서 취재하고 공부한 사람은 많지 않다. 국방은 특히 그렇다. 무기 한 종류를 도입하는 데 수조원이 들어가고, 한 번의 판단이 장병의 생명과 국가의 존망에 연결될 수도 있다. 그럴수록 전문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문성에도 경계할 것이 있다. 유용원 의원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도 바로 그것이다. 야당 의원으로서 정부를 견제하되 안보까지 진영의 언어로 재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국방전문가에게 필요한 것은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판단의 정확성이다.
무기를 많이 사는 것이 언제나 강군을 만드는 것도 아니다. 장병의 사기와 복지, 지휘체계에 대한 신뢰, 방산비리와 예산 낭비를 막는 일 역시 강군을 만드는 핵심이다. 정부가 잘하면 인정하고, 잘못하면 누구보다 날카롭게 지적하는 의원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된 뒤에도 기자 시절의 가장 중요한 습관 하나는 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질문하는 것이다. 1993년 국방부 기자실에서 함께 취재한 뒤 33년이 흘렀다. 그동안 수많은 기자가 국방부를 거쳐 갔다. 그러나 대학 시절부터 좋아했던 무기와 군사를 평생의 전문영역으로 삼아 기자를 거쳐 국회의원 자리까지 가져온 사람은 흔치 않다.
정치는 언젠가 끝난다. 정당도 여당과 야당을 오간다. 그러나 제대로 쌓은 전문성은 오래 남는다. 나는 유용원을 처음 만났을 때 군사를 유난히 좋아하고 깊이 파고드는 기자라고 생각했다. 30여 년이 지나 그는 국회의원이 됐다. 자리는 바뀌었지만 그에게 기대하는 것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현장을 확인하고, 남보다 한 단계 더 들어가며, 정확하게 질문하는 것이다.

사람은 오래 한 일을 보면 그 사람이 무엇을 귀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다. 유용원은 30년 넘게 국방이라는 한 우물을 팠다. 이제 그 우물에서 길어 올린 전문성을 대한민국의 미래에 바칠 차례다.
그래서 나는 훗날 그가 국회를 떠날 때 ‘국회의원을 지낸 군사전문기자’가 아니라 ‘평생 쌓은 전문성으로 대한민국 국방과 안보를 한 단계 앞으로 움직인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1993년 국방부 기자실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 기자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그 길을 지켜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