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간선지하도로 미납통행료, ‘시스템상 자동’이면 충분한가

2,800원 미납에 1만4,000원 가산…시민에게 5배 요구하려면 행정은 5배 더 세심해야
서울 서부간선지하도로를 이용한 뒤 통행료 2,800원을 제때 내지 못했다. 일부러 통행료를 피한 것도, 부정한 방법을 쓴 것도 아니다. 카카오톡으로 온 공인전자문서를 뒤늦게 확인했을 뿐이다. 2차 고지서에는 차량번호와 미납 일시, 납부기한, 가상계좌가 적혀 있었다. “기한 내 납부하지 않으면 「유료도로법」 제20조에 따라 부가통행료 1만4,000원이 가산된다”는 안내도 있었다.
고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 통행료 2,800원을 내지 못했다고 그 다섯 배인 1만4,000원이 추가돼 총 1만6,800원을 내야 하는 방식이 과연 합리적인지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운영사 상담원은 2차 납부기한이 지나면 3차 고지 때 시스템상 자동으로 부가통행료가 붙는다고 설명했다.「유료도로법」이 부가통행료를 허용하는 것은 고의로 통행료 납부를 피하거나 반복적으로 미납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일 것이다. 전자문서를 늦게 확인한 최초 미납자와 고의·상습 미납자를 똑같이 다루는 것이 법의 취지에 맞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시스템상 자동’이라는 말은 처리 과정을 설명할 뿐, 시민이 받는 불이익의 정당성을 설명하지 못한다.
고지서에 부가통행료가 적혀 있었지만, 카카오 공인전자문서의 상세 화면을 열어야 확인할 수 있었다. 전자문서를 열람하면 종이 고지서는 발송되지 않는다.
행정의 목적은 발송 기록을 남기는 데 있지 않다. 시민이 미납 사실과 불이익을 정확히 알고 제때 납부하도록 하는 데 있다. 부가통행료를 부과하기 전 일반 문자로 “기한을 넘기면 1만4,000원이 추가돼 총 1만6,800원을 내야 한다”고 한 번 더 알리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전화한 사람만 감액받는다면
통화 과정에서 더 큰 의문이 생겼다. 상담원은 제도를 모르고 처음 미납한 경우 안내 차원에서 한 차례 부가통행료를 삭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1만4,000원은 감액되고 원 통행료만 내게 됐다. 사정을 들어준 것은 고맙지만, 오히려 감액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최초 한 차례 감액은 법령이나 공식 규정에 따른 것인가. 운영사의 내부 방침인가. 모든 시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가.
전화해 사정을 설명한 사람은 감액받고, 그런 제도가 있는지 몰라 고지된 금액을 그대로 낸 사람은 전액을 부담한다면 공정하지 않다. 감액 기준과 이의신청 방법이 있다면 고지서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 시민의 권리가 적극적으로 전화한 사람만 누리는 혜택이 되어서는 안 된다.
현장의 불만은 책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나
상담원은 갑자기 금액이 다섯 배로 늘면 시민이 당황할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문제는 현장에서 반복되는 불편이 운영사 책임자와 감독기관인 서울시에 제대로 전달되고 있느냐는 점이다. 몇 년 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개선을 요청했지만 달라진 점을 체감하기 어려웠다. 상담원만 시민의 항의를 감당하고 책임자는 민원 건수와 징수 실적만 보고받는다면 같은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더라도 서부간선지하도로는 시민의 이동을 위한 공공 기반시설이다. 서울시는 운영사가 미납을 어떻게 알리고, 부가통행료와 감액을 어떤 기준으로 처리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첫 미납자에게는 충분한 납부 기회를 주고, 반복적이거나 고의적인 미납에는 부가통행료를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부가통행료 부과 전 일반 문자로 최종 경고하고, 고지서에는 원 통행료와 부가통행료, 최종 납부액을 각각 크게 표시해야 한다. 감액 기준과 이의신청 절차도 공개해야 한다.
이번 문제는 1만4,000원이 아까워서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정이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작동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고지문을 보냈으니 책임을 다했다고 할 일이 아니다. 시민이 내용을 알아차리고 납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전화한 사람만 감액받고, 묻지 않은 사람은 그대로 낸다면 제도는 신뢰를 잃는다.
시민에게 원 통행료의 다섯 배를 요구하려면 행정은 그보다 다섯 배 더 세심해야 한다. 작은 통행료 한 건을 처리하는 방식에서도 그 도시가 시민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