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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로 밀려드는 국제 스캠 조직 “골든타임 얼마 남지 않았다”

스리랑카 경찰이 온라인 사기에 연루된 중국인들을 체포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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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레오 니로샤 다르샨, 스리랑카 익스프레스뉴스 에디터] 인도태평양 지역의 초국가적 범죄 조직이 지역 안보와 외교, 경제 질서를 위협하는 지정학적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국제 스캠범죄는 고위층의 묵인 하에 캄보디아의 그림자 경제로 번성했다. 범죄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에는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요새에 갇혀 캄보디아 GDP의 40%에 달하는 이익을 창출했다. 최근 2년간 중국계 스캠 조직들은 전 세계 피해자들로부터 약 750억 달러(약 113조원)를 가로챈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압박과 비판이 거세지자 캄보디아 정부는 조직 수백개를 해체하고 주범들을 체포했다. 연루된 외국인 수만 명도 국외로 추방했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2023~2024년 사이 사이버범죄와 연관된 외국인 10만여명 이상을 추방하거나 체포했다. 이에 초국가적 범죄 조직들은 집중 단속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를 피해 베트남과 스리랑카로 거점을 옮기고 있다.

베트남 당국, 사이버 범죄 조직에 무관용 원칙

캄보디아·미얀마 등 인접국에 비해 사이버 범죄 안전지대였던 베트남이 최근 이들 조직의 주요 행선지로 떠올랐다. 이에 베트남 당국은 북부 지역에 주둔해 있는 조직들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 경찰은 중국 접경지인 라오까이 성의 한 호텔을 급습해, 캄보디아 국경 검문소를 통해 베트남으로 잠입한 중국인 19명을 체포했다. 왕샹성이 이끄는 해당 조직은 허위 대출 신청을 통해 중국인들을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베트남 국방부도 푸토, 하노이, 라오까이 일대의 고급 리조트와 빌라를 임대해 장기 거점을 구축하려던 국제 조직을 적발했다. 해당 작전으로 중국 국적의 자오웨이중과 베트남국적의 공범 3명이 체포됐으며, 컴퓨터 73대와 휴대전화 134대가 압수됐다. 호찌민 시와 박닌 성에서도 단속이 이어져 각각 83명과 43명의 용의자가 체포됐다. 베트남 정부의 무관용 원칙을 보여주는 사례다.

스리랑카 콜롬보 경제특구, ‘투자자들의 천국’에서 사이버 마피아의 근거지로

베트남이 전례 없는 위협과 맞서 싸우는 동안, 인도양의 전략적 요충지인 스리랑카도 이와 같은 안보 위협과 마주하고 있다. 국제 마피아들은 ‘투자자들의 천국’이라 불려온 스리랑카의 수도 콜롬보, 특히 콜롬보 항만도시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상황의 심각성은 스리랑카 범죄수사국(CID)의 최근 수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올해 들어서 카두간나와, 알루트가마, 콜롬보 등지의 고급 주거단지 급습 작전으로 외국인 1,000명 이상이 체포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략적·사회경제적 취약성이 동시에 맞물려 이들 조직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스리랑카가 극심한 경제 붕괴에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부동산 소유주와 중개인들은 외국인 직접투자라는 명목으로 들어오는 자본을 적극 반긴다. 높은 임대 수익을 받기에 임차인의 배경을 묻는 경우도 거의 없다. 특히 콜롬보 항만도시는 독자적인 세제·규제 인센티브를 갖춘 특수한 법적 체계 아래 운영되고 있다. 느슨한 감독 체계는 범죄 조직들이 불법 자금 거래를 위장하기 용이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남아시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자랑하는 국가다. 이들 조직이 유럽과 미국의 은행 시스템을 해킹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피싱 범죄를 저지르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것이다. 단체 외국인 관광객들이 부동산을 임대하는 것에 익숙한 스리랑카 분위기 덕분에 이들 조직은 고급 빌라와 고층 아파트를 빌려 현지 사회에 손쉽게 섞여 든다.

또한 공식 금융권 밖에서 운영되는 신뢰 기반의 비공식 자금 이전 방식인 운디얄(Undiyal·하왈라식 비공식 송금망) 시스템은 이들 조직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전 세계로 자금을 송금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전문가들은 엄격한 검증 없이 국제 범죄 조직에 문을 열어주는 것은 합법적인 IT 기업들을 황폐화시키고, 스리랑카의 국제적 평판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범죄 수익이 금융권에 침투할 경우, FATF가 스리랑카를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위험국 목록인 ‘그레이리스트’에 재차 등재할 가능성도 높다. 국가의 금융 신뢰도에 커다란 금이 간다는 뜻이다.

더 나아가 스리랑카가 스캠 조직들의 피난처라는 이미지가 굳어진다면, 구글·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IT 대기업들이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는 스리랑카의 고학력 청년층을 위한 일자리는 물론, 국가의 기술 기반을 붕괴시킬 것이다. CID에 따르면 범죄 조직들의 거점은 단순 금융 사기를 넘어서 인신매매와 마약 밀수 조직의 비밀 통신망도 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안보 위기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스리랑카 정부가 즉각적이고 체계적인 개입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콜롬보 항만도시에 등록된 모든 외국·중국계 법인을 대상으로 실소유주 검증, 직원 신원 확인, 자본 출처 등에 대한 즉각적이고 포괄적인 감사가 시행돼야 한다. 이와 함께 디지털기술부, 통신규제위원회(TRCSL), 출입국관리국 등 유관기관들도 비즈니스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들의 실제 활동 내역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스리랑카 법 집행기관은 중국 정부, 인터폴, 역내 국가들과의 정보 공유 체계를 강화해 범죄 전과자들의 리스트를 관리해야 한다.

스리랑카에겐 아직 기회가 있다. 이들 조직이 정계와 재계에 깊이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범죄 조직과 정치권의 유착이 굳어버린 캄보디아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다행히 현 국민인민동맹(NPP) 정부는 과거 정권과 달리 범죄 조직에 정치적 보호막을 제공할 가능성이 낮다. 수사기관이 정치권의 개입 없이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지금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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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니로샤 다르샨(Leo Nirsha Darshan)

스리랑카 익스프레스 뉴스페이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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