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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나시르 아이자즈 파키스탄 신드쿠리에 편집장] 지난 수 년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 지역에서 Z세대 주도 시위가 잇따랐다. 필자는 파키스탄에서도 이와 유사한 봉기가 일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그만큼 파키스탄이 처한 상황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곳 파키스탄은 아직까지 잠잠하다. 파키스탄 청년층은 왜 이토록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일까.파키스탄은 청년층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나라로, 인구의 60% 이상이 30세 미만이다. 거리를 거닐다 마주치는 청년들을 보면 세계 곳곳에서 시위를 주도한 Z세대들에 비해 일견 무기력해 보인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Z세대가 무기력한 것만은 아니다. 이들의 에너지가 현실에 의해 왜곡되고 또 억눌려 있었을 뿐이다.
거리로 나섰던 이전 세대와 달리 파키스탄의 Z세대는 디지털 서브컬처에 익숙하다. 이들의 전장은 거리가 아닌 온라인 세상이다. 이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트렌드를 제시하고, 풍자로 가득한 밈들을 창조해낸다. 이 같은 콘텐츠들은 이른바 레거시의 자가검열을 우회하며, 소통의 방식을 재정의했다.
디지털 에너지가 거리로 분출된 적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의 정치적 격변기와 2024년 2월의 총선 전후다. 당시 파키스탄 정부는 전례 없는 강경책을 동원해 탄압에 나섰다. 국가는 또한 인터넷 차단, 소셜미디어 플랫폼 속도 제한, 방화벽 구축을 통해 Z세대 마저 압박했다. 시위 금지 조치, 대규모 체포, 전방위적인 감시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켰으나, Z세대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침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치솟는 물가, 취업을 보장하지 않는 교육 시스템, 노력과 보상 사이의 거대한 간극… 파키스탄 청년들이 직면해 있는 현실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가지다. 목소리를 내기위해 시위에 나서거나, 나라를 떠나는 것이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는 이러한 흐름을 여실히 나타낸다. 파키스탄 청년 층의 67%가 나라를 떠나고 싶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는 파키스탄 역사상 가장 심각한 인적 자본 유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72만7,381명이 해외 취업에 성공했고, 2025년에는 이 수치가 76만3,526명으로 늘어났다. 직종별로 살펴보면 2025년 한 해 동안 엔지니어 5,946명, 회계사 5,659명, 의사 3,795명, 교사 1,725명, 간호사 1,640명, IT 전문가 1만2,700명 이상이 파키스탄을 떠났다. 파키스탄 대학 졸업생의 약 6%가 졸업과 동시에 출국을 신청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수많은 학생들이 학생비자, 해외 취직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파키스탄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 같은 인적 자본 유출의 근본적인 원인은 장기간 지속된 국내 불안정이다. 인플레이션이 중산층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운데, 실질임금이 정체됐고 생활비는 치솟았다. 청년층의 실업률도 30%에 육박한다. 자격증을 갖춘 의사나 IT 종사자 입장에선 임금 수준을 고려한다면 파키스탄에 남을 이유가 없다. 경제적 사유 때문 만도 아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청년층은 이주의 동기로 임금 이외에도 국가 시스템에 대한 환멸, 일관성 없는 공공 정책, 능력주의와 사회 정의 부재를 꼽았다.
이러한 고급 인력들은 고령화와 디지털 전환을 겪고 있는 서구와 걸프 지역의 국가들에서 환영받는다. 이들 국가는 영주권 취득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은 물론,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미래를 보장해준다. 작금의 파키스탄에선 절대로 꿈꾸지 못하는 것들이다. 이 때문에 저숙련 노동자들은 홀로 이주해 소득의 상당 부분을 본국으로 송금하는 반면, 고숙련 전문직들은 가족과 함께 영구 이주하는 경향을 보인다.
파키스탄의 Z세대는 소셜미디어에선 그 누구보다 에너지가 넘치지만,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거리로 나설 의지는 없다. 그렇다면 이들의 에너지는 어디로 분출되고 있는가? 바로 역사적인 대탈출에 소진되고 있다.
아시아엔 영어판: Pakistan: The Myth of the Passive Youth – THE Asi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