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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로이드선급-HMM-비스텝, 수소·해양산업 글로벌 협력관계 구축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는 26일 영국 로이드선급(LR), HMM(옛 현대상선),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 등과 다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제명 수소선박기술센터장, 박성구 로이드선급 극동아시아 대표, 김영선 HMM 기술혁신연구소장, 김영부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장. <사진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
[아시아엔=신동명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 전문위원, 전 한겨레 전국부 선임기자] 26일 부산 우암부두 해양산업클러스터 내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에서 부산대-영국 로이드선급(LR)-HMM(옛 현대상선)-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진흥원(비스텝·BISTEP) 간에 액화수소 해상운송 및 해양산업 협력에 관한 다자간 업무협약(MoU)이 체결됐다. 이 협약은 단순 국제 산학협력을 넘어 미래 친환경 연료인 액화수소의 해상운송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전략적 연합의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비스텝이 지역 차원의 정책·연결 플랫폼 역할을 맡고 있다면, 협약의 실제 핵심 축은 부산대-로이드선급-HMM으로 이어지는 ‘기술-인증-상용화’ 삼각 협력체계에 있다.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는 영하 253℃ 이하 초저온 환경의 액화수소 저장·운송 기술과 실증 인프라를 담당한다. 로이드선급은 국제 기술 기준과 안전 인증 체계를 맡는다. HMM은 실제 선박 운항과 상용화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세 축이 결합하면 액화수소 해상운송 분야의 단순 연구 수준을 넘어 국제 인증에다 선박 설계부터 실제 운항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 전반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수소는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미래 친환경 에너지로, 이를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저장·운송하기 위해선 영하 253℃의 이하 초저온 상태로 액화시키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는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온도인 영하 163℃보다 훨씬 낮은 환경의 고난도 기술이어서, 저장탱크와 배관·단열재·초저온 소재 등에 대한 안전성과 신뢰성이 확보돼야만 한다. 결국 액화수소 운반선 시장에서는 초저온 기술과 검증·인증 체계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로이드선급, 부산대와 ‘글로벌 협력 기술연구소’ 설치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는 26일 영국 로이드선급과 함께 ‘글로벌 협력 기술연구소’ 현판식도 열었다. 이 자리엔 전 해양수산부 장관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왼쪽에서 네 번째)와 국민의힘 백종헌 국회의원(오른쪽에서 네 번째) 등도 참석했다. <사진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

부산대와 로이드선급은 이날 수소선박기술센터에서 ‘글로벌 협력 기술연구소’ 현판식도 했다. 앞서 지난달 10일에는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액화수소 운반선 및 기자재 분야 공동 기술 인증체계 연구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기관은 지난해 4월 액화수소 운반선 초저온공학 공동연구 협약을 시작으로, 올해 2월에는 수소선박기술센터에서 로이드선급의 초저온 소재 전문가 초청 세미나도 여는 등 이미 1년 넘게 액화수소 운반선 및 초저온공학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왔다.

1760년 설립된 로이드선급은 세계 최초의 선급협회이자 조선·해양 분야 최고 권위의 기술 인증기관이다. 선박뿐 아니라 해양플랜트와 산업구조물 전반에 대한 국제 인증과 안전 기준을 담당하고 있다. 액화수소 운반선은 아직 국제 표준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초기 시장인 만큼, 누가 먼저 기술 기준과 인증체계를 선점하느냐가 향후 산업 주도권과 직결된다.

부산대, 국내 최초 선박용 액화수소 연료탱크 육상 실증시험 성공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는 삼성중공업과 함께 지난해 12월 선박용 액화수소 연료탱크 육성 실증시험을 성공리에 마치고 관련 기관들과 성과를 공유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LNG선 시장의 구조와 비교해 바라본다. 현재 한국 조선업계는 세계 최고 수준의 LNG선 건조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핵심 화물창 기술과 국제 표준을 선점한 프랑스 GTT가 사실상 시장의 규칙을 설계하며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선박 한 척 건조 때마다 막대한 기술 로열티가 GTT에 들어가는 구조 역시 이 같은 표준 선점의 결과다.

이런 배경에서 액화수소 선박만큼은 주도권과 이권을 놓칠 수 없다는 로이드선급의 자존심과 세계 최강 LNG선 경쟁력을 기반으로 액화수소 운반선의 원천기술과 국제 인증체계를 모두 확보하겠다는 한국 조선·해운업계와 부산대의 의지가 만난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와 로이드선급의 협력은 수소선박 분야의 단순 연구협력을 넘어 ‘미래 규칙 설계’를 공동 수행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는 2024년부터 국내 주요 조선·기자재 업체와 함께 산업통상부의 액화수소 운반선 상용화 실증 국책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선박용 액화수소 연료탱크 육상 실증시험에 성공하고, 곧 실증 운항에 나설 액화수소 운반선 건조도 시작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해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금속 및 관련 제품 역학시험 분야 국가공인시험기관 인정을 받으며 시험·검증 분야의 공신력도 확보했다.

HMM, 탄소 규제 강화 대응한 차세대 친환경 연료전략으로 ‘수소’ 검토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는 2024년부터 산업통상부의 액화수소 운반선 상용화 실증 국책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사진은 곧 건조 예정인 액화수소 운반선 조감도.

여기에 HMM이 합류하면서 액화수소 운반선 상용화 가능성이 한층 커지게 됐다. HMM은 국내 최대, 세계 8위권의 국적 원양 선사다. 최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본사의 부산 이전을 확정한 이후 첫 대외 행보로 이번 협약에 참여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HMM은 국제해사기구(IMO)의 강화되는 탄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친환경 선박과 기술을 도입하며 LNG 이후 차세대 친환경 연료 전략을 모색해왔다. 이번 협약을 통해 HMM은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는 액화수소 해상운송을 위한 기술개발에 적극 협력할 뜻을 밝혔다.

실제 선박 운항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는 상용화 단계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 초저온 유지 안정성, 연료 손실률, 운항 효율, 유지관리 비용 등은 연구실 수준에서는 완전히 검증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HMM은 실제 운항 경험과 글로벌 항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액화수소 해상운송의 산업 실증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한몫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HMM도 단순히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액화수소 운반선의 표준 설계와 운항 체계 구축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미래 시장의 주도권 확보에 한발 앞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의 ‘액화수소 기반 친환경 해양산업 허브’ 가능성 주목

부산 남구 우암부두 해양산업클러스터의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 전경

이번 협약은 부산이 액화수소 기반 친환경 해양산업 허브로 도약하려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부산에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조선산업 생태계와 항만, 선급·산학연구기관이 집적돼 있다. 여기에 지난해 말 해양수산부 이전에 이어 최근 HMM 본사 이전까지 확정되면서 친환경 선박·해운 중심지로의 전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전 해양수산부 장관)와 이재성 전 부산시당 위원장, 국민의힘 백종헌 국회의원(부산 금정구) 등이 이날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를 찾아 부산대의 글로벌 협력체계에 큰 관심을 나타내며 지역 조선·해운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길 희망했다.

이번 다자간 협약은 단순 기술개발 협력이 아니라 친환경 수소 시대의 해운 질서를 누가 설계할 것인가를 둘러싼 경쟁의 출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LNG선 시장에서 제조 경쟁력은 확보했지만 표준과 원천기술 주도권에서는 한계를 경험했던 한국 조선·해운업계가 액화수소 선박 분야에서는 기술·인증·운항 체계까지 모두 선점하려는 전략적 시도에 나섰다는 점에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이제명 부산대 수소선박기술센터장(조선해양공학과 교수)은 “액화수소 해상운송 시장은 아직 국제 기술표준과 인증체계가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초기 단계인 만큼, 지금이 곧 미래 시장의 규칙을 설계할 수 있는 결정적 시기”라며 “부산대가 보유한 초저온 액화수소 기술과 로이드선급의 글로벌 인증 역량, HMM의 실제 운항 경험이 결합하면 한국이 액화수소 운반선 분야에서 기술과 표준, 상용화까지 모두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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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명

전 '한겨레' 전국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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