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국제학술지 <The Journal of Craniofacial Surgery>(2026년 5월호)에 게재된 황건 박사의 특별기고를 바탕으로, 가톨릭 신앙과 두개안면외과적 시각이 만나는 지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 외상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지 독자 여러분께 보다 깊이 이해하실 수 있도록 핵심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 것입니다. 원문은 십자가 수난 과정에서 나타난 얼굴 손상을 해부학적·법의학적으로 분석하며, 이를 통해 인간의 고통과 구원의 신학적 의미를 함께 조명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나는 가톨릭 신앙을 가진 두개안면외과 의사로서 수없이 많은 얼굴 외상을 치료해 왔다. 부서진 광대뼈를 맞추고, 무너진 코를 재건하며, 상처 입은 얼굴에 다시 조화를 회복시키는 일이 나의 일이다. 이 과정은 단순한 해부학적 수술을 넘어, 인간의 존엄을 되찾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후안 마누엘 미냐로의 조각 작품 <Cristo de la Misericordia>를 접하게 되었다. 그 얼굴은 우리가 흔히 보아온 이상화된 그리스도의 모습이 아니었다. 멍들고, 부어오르고, 피로 얼룩진 얼굴이었다. 나는 그 얼굴 앞에서 외과의사로서의 나 자신을 다시 보게 되었다.
성경은 그리스도의 얼굴 외상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복음서에는 구타, 침뱉음, 조롱에 대한 기록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사야서 또한 “그의 얼굴이 사람의 모습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상했다”고 전한다. 이러한 기록들을 의학적으로 바라보면, 나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임상적 그림을 떠올리게 된다.
그 얼굴에는 광대뼈 골절, 코뼈 골절, 연부조직 손상, 심한 부종과 타박상, 결막밑 출혈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십자가형 과정에서의 중력, 근육 긴장, 정맥 울혈은 얼굴의 부종과 출혈을 더욱 악화시켰을 것이다. 가시관으로 인한 두피 열상과 출혈 역시 분명히 존재했을 것이다.
미냐로의 해부학적 사실주의는 독자로 하여금 예수의 얼굴외상에 대한 의학적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얼굴뼈 골절을 수술하는 의사들에게 이 형상은 놀랄 만큼 친숙하다. 이 얼굴을 볼 때마다 이 질문을 떠올린다. “이 얼굴은 우리의 환자가 될 수 있었을까?” 그리고 더 깊이 들어가면, “이 얼굴이 우리가 예배하는 그 얼굴인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가톨릭 외과의사에게 그리스도의 얼굴 외상은 단순한 법의학적 분석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신학적 사건이다. 얼굴은 인간의 정체성과 소통의 중심이다. 그 얼굴이 철저히 파괴되었다는 것은, 인간의 고통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고통이 구원의 과정 안에 있음을 드러낸다.
외과의사로서 나의 일은 부서진 것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앙의 관점에서 보면, 그리스도는 스스로 자신의 얼굴이 부서지도록 허락하셨다. 그리고 그 부서짐 속에서 인간을 위한 치유의 길을 열어 놓았다.
오늘도 나는 환자의 얼굴을 수술하면서, 그 상처 입은 얼굴을 떠올린다. 그것은 이상화된 얼굴이 아니라, 멍들고 부어오르고 피 흘린 얼굴이다. 그리고 나는 그 얼굴 속에서 나의 소명을 다시 확인한다. 인간의 얼굴을 치유하는 일은 단순한 의술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삶을 다시 세우는 일이라는 사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