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문화

[전시] 한국인의 질곡과 치유의 서사, 이광 ‘우주호랑이’ 오사카에 내려오다

이광 작 ‘우주호랑이’

한국인의 삶의 결을 깊이 있게 담아낸 회화가 일본 오사카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이광 작가의 개인전 <우주호랑이>가 오는 4월 9일부터 15일까지 오사카 Salto Gallery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해외 전시를 넘어, 한국인의 정서와 삶의 질곡을 예술로 풀어낸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 이광 작가는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세계에서, 약자들이 살아남기 위한 기도를 그리는 예술가”라고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며, 사랑의 힘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예술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이광은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서 수학하며 독일 신표현주의의 거장 Markus Lüpertz의 수제자로 인정받았다.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살아온 그는 어느 한 문화에도 완전히 속하지 않은 ‘경계인’의 시선으로 인간 존재와 정체성을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의 중심에 놓인 ‘우주호랑이’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한국 민속에서 호랑이는 액을 막고 공동체를 지키는 수호신적 존재다. 이광은 이러한 전통적 상징에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더해, 인간과 자연, 현실과 초현실을 잇는 존재로 재해석했다.

2024년 독일 바이에른주 오버스트도르프 시미술관 이광 개인전에서 작가(왼쪽), 베를린 작업실에서

그의 작품 세계는 기독교, 불교, 샤머니즘, 동서양 신화가 한 화면 안에서 뒤섞이며 긴장과 조화를 동시에 만들어낸다. 하나의 의미로 환원되지 않는 다층적 세계가 화면 곳곳에서 펼쳐진다.

특히 작가는 21세기 전쟁과 폭력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세계 곳곳의 참상을 응시하며, 타인의 고통을 통해 우리가 짊어져야 할 윤리적 책임을 조용히 환기한다. 그의 회화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연민을 실천으로 끌어올리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오사카에서 펼쳐지는 ‘우주호랑이’는 결국 작가 자신의 분신이자,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또 다른 얼굴이다. 고통과 슬픔을 품고 흔들리면서도, 끝내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그것이 바로 한국인이 오랜 시간 지켜온 사랑과 평화의 숨결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이 지닌 정신과 서사를 국제 무대에 전달하는 또 하나의 창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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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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