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무너지는 세상에서 꽃으로 사는 법

자목련은 우리 집 안마당에서 유난히 늦게 피는 꽃이다. 지금 그 자목련이 한창이다. 나는 그 짙은 자줏빛이 좋다. 글 사진 이병철

저마다 서로에게 꽃이 되어 환한 미소로 마주할 수 있다면, 항상 꽃이 피는 듯이(常如花開之形)

온 사방에 봄꽃들이 화려함을 다투며 눈부시게 피어나고 있다. 그 꽃들과 마주할 때마다 문득, 나는 어떤 자태와 향기로 이 꽃을 대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오늘 아침에도 꽃과 마주하며, 내가 꽃을 바라볼 때 꽃도 나를 보고 있음을 생각한다. 꽃은 내가 볼 때마다 언제나 맑고 고운 자태와 향기로 환하게 나를 맞이한다. 꽃은 여태 한 번도 나를 내치거나 내 앞에서 언짢은 표정을 지은 적이 없다. 언제나 밝고 환한 모습으로 나를 맞이해왔다.

해월 선생의 말씀(海月神師 法說) 가운데 하나인 ‘대인접물(待人接物)’ 편에는 특히 삶에서 깊이 새겨야 할 가르침이 많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내 가슴에 와닿는 말씀이 있다.

“사람을 대할 때에 언제나 어린아이같이 하고, 항상 꽃이 피는 듯한 얼굴을 가져라. 그렇게 하면 가히 사람을 융화하고 덕을 이루는 데 들어가리라. (待人之時如少兒樣 常如花開之形 可以入於人和成德也)”

이 말씀 가운데서, 이 봄에 꽃을 마주하며 새삼스레 생각하는 것은 ‘항상 꽃이 피는 듯한 얼굴(常如花開之形)’이라는 의미이다.

“언제나 만인의 연인으로 있으라.”라고 했다는 루미의 노래와, “항상 꽃이 피는 얼굴을 가져라.”는 해월 선생의 말씀은 같은 뜻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꽃과 마주하고 있는 나도 이 꽃처럼 환하고 향기로울 수 있을까. 어쩌면 존재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꽃으로 피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으로 아침에 메모한 시 한 편이다.

‘꽃단장’

내가 꽃을 볼 때
꽃도 나를 본다

저 꽃,
새벽 이슬로 말끔히 몸을 씻고
새 단장한 환한 자태로 나를 본다

저 꽃 앞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마주하고 있는가

존재한다는 것이
서로에게 꽃으로 피어 있는 일이라면
당신 앞에 서기 위해
나는 어떻게 자태와 향기를 가꾸고 있는가

나는 지금
어떤 빛깔과 향기로
당신 앞에 서 있는가

“나라와 세상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는데 허구한 날 꽃타령만 하고 있는가.”
누군가가 나에게 할 것 같은 그 말이 내 안에서 들리는 것 같다.

“세상이 무너지고 있기에 꽃타령을 하는 것이다.”
그 말에 대한 나의 답변이다.

이 눈부신 봄날, 꽃타령이라도 해야 무너지는 이 세상에서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나라가 어지럽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은 우리가 모두 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며, 꽃으로 피어 있지 못한 까닭이기도 하다.

우리가 저마다 서로에게 꽃이 되어 환한 미소로 마주할 수 있다면, 어찌 세상이 눈부시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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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시인, 생명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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