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사실은 어디에 있는가’…일본 기자의 냉철한 미디어 분석

교토통신 사와 기자 “언론의 사명은 ‘중립’이 아니라 ‘독립’”
“시민에게 진실을 알려라.”
언론의 존재 이유를 가장 단순하고도 강렬하게 설명하는 말이다. 그러나 드러난 것이 곧 진실은 아니다. 많은 진실은 감춰져 있거나, 드러내기 어려운 곳에 숨어 있다. 특히 거짓에 힘입어 성공한 권력자일수록 진실을 두려워한다. 언론의 사명은 바로 그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 시민들에게 알리는 데 있다.
동국대학교출판부가 최근 펴낸 <사실은 어디에 있는가>(사와 야스오미 지음, 이홍천 옮김)는 이러한 언론의 본령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책이다. 저자 사와 야스오미는 도쿄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하고 일본 최대 통신사인 교도통신에서 30년간 활동한 베테랑 기자다. 그는 현장에서 수많은 특종을 취재하며, 언론의 진실 보도와 왜곡된 정보의 문제를 몸소 겪어왔다. 그가 말하는 ‘사실’은 결국 시민이 목말라 하는 ‘진실’과 맞닿아 있다.

책은 일본 사회의 구체적 사례에서 출발한다. 명문 의대의 여성 차별 입시, 사이버 공격으로 기밀이 유출된 미쓰비시 전기 사건, 수천만 원을 횡령한 시의원 등 생생한 취재 경험이 소개된다. 저자는 이를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소설처럼 흥미롭게 엮어내면서도,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발로 뛰는 취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사는 머리가 아니라 발로 쓰는 것”이라는 말이 이 책의 핵심을 관통한다.
사와 기자는 사실과 진실이 어떻게 다른지를 미드웨이 해전 보도를 통해 설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신문들은 일본군이 미군에 입힌 피해를 상세히 보도했지만, 정작 패배한 쪽은 일본이었다. 굴욕을 숨기고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 결과였다. 사실은 가치 중립적일 수 있지만, 진실은 반드시 가치판단의 문제와 연결된다는 점을 책은 분명히 한다.
오늘날 언론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 한 해 동안 생성되는 디지털 정보량은 34경 권의 책에 해당하며, 이를 높이 쌓으면 태양과 지구 사이 거리의 수만 배에 달한다. 저자는 이러한 ‘정보의 우주’ 속에서 언론이 방향을 잃을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그러나 결국 필요한 것은 사실을 정확히 찾아내는 눈이며, 그것이 없으면 시민은 정보의 바다에 빠져 죽거나 정보의 노예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책은 또한 코로나19 보도, 익명 보도의 문제, 종이신문 소멸과 미디어 유료화 등 현장의 고민도 다룬다. 일본 사회의 특수성, 즉 시위 참여 경험이 1%에 불과할 정도로 무관심한 젊은 세대에 대한 우려도 담겼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내리는 결론은 명확하다. 독자 역시 기자가 되어야 하며, 사건의 일시적 보도에만 머무르지 말고 꾸준히 지켜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이상한 점이 보인다”는 그의 지적은 언론 소비자의 태도까지 일깨운다.
무엇보다 저자는 언론의 나침반은 ‘중립’이 아니라 ‘독립’임을 강조한다. 정치권력도, 경제권력도 언론을 위협하지만, 시민 권력 또한 언론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따라서 언론이 권력의 눈치를 보며 중립을 가장하는 순간, 진실은 사라지고 저널리즘은 무너진다.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은 함께 흥하고 함께 망한다는 그의 결론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실은 어디에 있는가>는 단순히 일본 언론의 경험담을 넘어, 세계 언론과 시민 모두에게 던지는 경고장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진실을 좇는 독립적인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점을 일깨우는 책이다.
역자 이홍천 동국대 교수는 동국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언론사와 연구기관에서 기자와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현장 경험과 학문적 기반을 함께 쌓았다. 주요 연구 분야는 언론과 민주주의, 저널리즘 윤리, 가짜뉴스와 정보 왜곡, 디지털 미디어와 사회 등 언론의 공적 책임과 신뢰 회복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