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쉰들러’가 구한 여성 신원 73년만에 확인

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난민 수천 명에게 일본 비자를 발급해줘 일본의 ‘쉰들러’라고 불린 스기하라 지우네(杉原千畝) 당시 리투아니아 주재 일본 영사대리의 도움을 받은 한 유대인 여성의 신원이 73년 만에 확인됐다.

스기하라씨는 일본 정부의 훈령을 무시하고 1940∼1941년 유대계 난민에게 대량으로 일본 비자를 발급해줘 6천∼1만명이 나치의 학살을 피하도록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그가 발급한 비자를 지닌 폴란드 우치시 출신의 17세 소녀가 박해를 피해 조국을 탈출, 러시아(당시 소련)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본 후쿠이(福井)현 쓰루가(敦賀)항에 가는 연락선을 탔다.

이 소녀는 쓰루가에 상륙하자 난민이 배에서 내릴 때 여러 절차를 도와준 일본인 오사코 다쓰오(大迫辰雄·2003년 사망, 당시 86세) 씨에게 감사의 표시로 사진을 건넸다.

사진은 이 소녀가 유대인 남녀 6명과 함께 찍은 것이었고 뒷면에 “멋진 일본인에게, 저를 기억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오사코씨의 부하 직원이었던 기타데 아키라(北出明) 씨가 오사코씨 사후에 유품에 포함된 이 사진에 관심을 두고 주일 이스라엘 대사관을 통해 당사자를 수소문하면서 사진 속 주인공의 정체가 세상에 알려졌다.

기타데씨는 캐나다에 사는 한 저널리스트의 도움을 받을 끝에 사진 속에 소녀의 조카를 찾았고 그가 미국에 사는 사진 속 인물의 자식에게 연락한 것이다.

도쿄신문은 이렇게 극적인 과정을 거쳐 확인된 소녀가 소니아 리드(1997년 사망, 당시 73세)씨라고 21일 전했다.

뉴욕에 사는 리드씨의 장녀 데보라(62)씨는 “사진을 보고 바로 엄마라는 것을 알고 감동했다. 도와준 분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생전에 유럽을 탈출한 경험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일본인이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었다고 얘기했고 일본을 두 차례 여행했다고 회고했다.

스기하라씨는 전쟁 중 무단으로 비자를 발급한 것이 문제가 돼 해임됐지만 2000년에 일본 외무성이 그의 공적을 기리는 현판을 세우고 리투아니아가 그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벚나무 길을 조성하는 등 뒤늦게 인도적인 행위가 제대로 평가받았다. <연합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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