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일본 전문가 “항로변경 여부가 초점”
16일 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 일본 전문가들은 항로 이탈 여부가 사고 원인 규명의 초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사카(大阪) 대학 대학원의 하세가와 가즈히코 교수(선박해양공학)는 17일자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월호의 사고 당시 항로가 “본래 다니던 정기항로인지 여부가 초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세가와 교수는 “진도 주변은 암초가 있는 얕은 수역”이라며 “배가 지연운행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 항로를 변경했다가 암초를 만나 좌초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부연했다.
일본해난방지협회의 오가와 다이지 상무이사는 “승무원이 항로대로 진행했는지를 상시 확인하고 있었는지가 포인트”라며 “확인을 게을리하면 좌초 사고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아사히 신문은 여객선의 인천-제주도 간 정기항로는 일반적으로 진도에서 100㎞ 정도의 거리이지만 사고는 진도에서 약 20km 떨어진 근해에서 일어났다고 소개했다.
또 도카이(東海)대학의 야마다 요시히코 교수(해양정책)는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배가 가라앉은 모습을 근거로 “좌현 쪽이 암초에 부딪혀 선체에 균열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조수 간만의 차가 크고, 암초가 많은, 위험한 해역을 왜 항해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야마다 교수는 이어 “침수 우려가 있으면 승객을 즉시 피난시켜야 하지만, 선장이나 선원이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해상보안청 관계자는 생존자 구조와 관련, 여객선이 완전히 전복된 후에도 세면기를 엎어놓은 것 같은 상태로 선체에 공기가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잠수부가 구조를 위해 수중에서 전동톱으로 선체 바닥에 구멍을 뚫는 방법도 있으나 대형선박의 경우 공기가 일시에 빠져 선체가 가라앉을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시무라 야스오(芳村康男) 홋카이도(北海道)대대학원 교수(선박공학)는 도쿄신문 취재에 “여객선은 선체가 여러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어 지금은 두 구역이 동시에 손상되더라도 침수로 가라앉지 않는 형태로 설계되도록 안전 기준에 정해져 있다”면서 침수시 안전을 확보하는 차단문 등이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여객선협회의 한 간부는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 “태풍 등 기상 사정으로 코스를 변경할 수는 있다”면서도 “안전이 확인된 항로 이외의 해역을 항해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항로 문제와 관련, 한국 해양수산부 최명범 항해지원과장은 16일, 세월호가 “안전한 바닷길로 다녔다”고 밝힌 뒤 “확인한 바로는 암초가 있어 배에 위해를 끼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면서 “해도 상 암초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아사히, 요미우리, 마이니치 등 일본 주요 신문들은 17일 자 조간의 1면 머리기사로 이번 사고를 소개하고, 진도의 사고 현장에 특파원을 파견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연합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