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67% “차별당한 적 있다”

다문화 외치는 대한민국의 ‘닫힌 마음’ 현주소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현재 144만 명. 인구 대비 2.8%에 해당한다. 외국인 근로자 52만 명, 결혼이민자 14만7000명, 유학생 8만3000명 등이다. 다민족·다문화 사회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식은 사회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 내 외국인 유학생 60% 이상이 차별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차별 유형으로는 회피와 경멸적 언어 표현, 그룹에서 배제 등이 제시됐다. 특히 한국정부가 주는 장학금을 받은 유학생들이 일반 유학생보다 오히려 차별을 느꼈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회피, 경멸적 언어, 그룹에서 배제

타일러 라쉬(Tyler Rasch·25)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석사과정 학생은 최근 서울대 인권센터 연구공모전에 낸 ‘주한 외국인 유학생의 차별 경험에 대한 연구’에서 이렇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1차 한국정부 장학생 228명과 2차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중앙대 유학생 208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설문응답자 출신 지역은 1차 아시아 68.4%, 유럽 18.0%, 아프리카 7.5%, 아메리카 5.3%, 2차 아시아 85.1%, 아메리카 6.3%, 유럽 5.3%, 아프리카 2.4%였다.

정부초청 장학생을 대상으로 한 1차 조사에서 ‘한국에서 살면서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67.1%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지역별로는 미국 등 선진국 출신 유학생들의 차별경험 응답이 75%로 평균보다 높았다.

‘외국인’이라는 단어의 어감에 대해서는 괜찮다는 답변이 84%로 대부분 개의치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아메리카 지역 출신 유학생들은 58.3%가 좋지 않다고 말해 ‘외국인’이라는 말 자체에 부정적 어감을 느끼는 응답자도 상당수 있었다. 외국인에 대한 의식개선 평가에서는 65.4%가 의식이 개선됐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역별로 보면 의식개선이 느껴진다는 응답이 아프리카 학생들의 경우 82.4%인 반면 아메리카 출신 학생들은 58.3%에 그쳤다.

조사를 진행한 라쉬는 일반적 통념과 달리 개도국 보다 선진국 학생들의 차별 경험 응답률이 높게 나온 데 대해 “차별을 제도적으로 엄격하게 금지하는 나라 출신자들이 차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서 나타난 결과인 듯하다”고 풀이했다.

차별의 정의*를 명확히 밝히고 사례를 제시한 2차 조사에서도 한국에 살면서 차별을 당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56%가 ‘그렇다’고 응답해 다수가 차별 경험이 있음을 보여줬다. 주관식 응답 중에는 “외국인이라서 한국어를 잘 못하니까 사고력까지 낮다고 생각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아기처럼 대하는 한국인이 있다” “선진국에서 온 외국인과 후진국에서 온 외국인에게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등의 답변이 눈에 띄었다.

민족, 피부색깔, 생김새, 한국어 실력 등으로 차별을 당했다고 답한 학생을 대상으로 어떤 유형의 차별을 당했느냐는 질문에는 회피(41.4%), 부정적이고 경멸적인 언어적 표현(35.1%), 그룹이나 조직에서 배제(28.4%) 순으로 나타났다.

라쉬는 “외국인 유학생 과반수가 차별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며 “차별문제가 당장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극복하려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사를 하면서 아쉬운 점도 많았다고 했다. 8개 주요 대학을 상대로 2차 조사를 벌였는데, 외국인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도 일부 대학은 형식요건 등을 들어 조사를 불허했다는 것이다.

“출신국 따라 대하는 태도 다르다”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차별 경험이 있다는 응답률은 높게 나타난다. 정해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이 2009년과 2012년 각각 실시한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분석 결과 결혼이민자·귀화자 등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무시를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36.4%에서 41.3%로 높아진 것으로 나왔다. 특히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출신자의 55% 가량이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해 아시아 출신 다문화가족의 차별경험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28.5%), 일본(29.8%) 등 선진국 출신은 상대적으로 차별경험 수준이 낮았다.

외국인 차별에 대해 브라이언 마이어스(B. R. Myers) 동서대 교수는 “한국인이 단일민족임을 국가정체성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국가별 인종차별 의식조사에서 한국이 사우디, 이집트 등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한국인의 3분의 1 가량이 이웃에 다른 인종이 사는 것이 싫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조사에 참여한 칼럼니스트 맥스 피셔(Max Fisher)는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고 평화로운 한국이 관용도가 낮은 것은 의외”라며 “최근 동남아 이주자 유입으로 인한 사회문제, 일본과의 뿌리 깊은 대치관계가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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